정지호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 인터뷰
“고객·상품·직원의 현지화 전략, 신한은행 차별점이자 나아갈 방향”
“삼성·LG처럼 글로벌에서 80~90% 수익 내는 은행 만들고 싶어”

10일 정지호 신한은행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최기원PD
10일 정지호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최기원PD

“글로벌 사업에서 현지화는 필수적인 요소다. 신한은행은 현지로의 전격적 권한 위임을 통해 해외 지점의 자생력을 강화해왔다. 앞으로도 외국계 1위 자리를 다지기 위해 현지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며 ‘외국계은행 1위’가 아닌 현지에서 신뢰받는 ‘리딩뱅크’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정지호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은 10일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에서 제2, 제3의 신한은행을 만들어 가기 위해 끊임없이 전진해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정 부행장은 1989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2006년 외환사업부 부장을 시작으로 글로벌부문에 발을 담갔다. 이후 우즈베키스탄 사무소 소장, 신한카자흐스탄 법인장을 거쳐 지난 1월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으로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총 20개국에 159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과 베트남 시장을 꽉 잡고 있기로 유명하다. 일본에선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법인을 두고 있으며, 신한베트남은행은 은행권에서 성공적인 베트남 현지화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7년에는 호주계 은행 안츠의 현지 리테일 부문을 인수하면서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1위 자리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신한은행의 지난해 글로벌 당기순이익은 321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신한은행의 전체 당기순이익 중 14%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 부행장은 이런 글로벌부문 호실적의 원동력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다각화’를 꼽았다. 그는 “현지의 특수성을 반영한 우수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현지 디지털 플랫폼과 연계를 통해 여러 국가에서 새로운 상품들을 출시할 수 있었다”며 “베트남의 카카오톡이라고도 불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잘로(ZALO)’와의 협업도 그 사례”라고 말했다.

현지 디지털 플랫폼과 연계뿐 아니라 국내 디지털 모델을 해외에 전파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신한은행은 자체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인 ‘쏠(SOL)’을 베트남 시장에 접목해 디지털을 활용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쏠은 베트남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정 부행장의 설명이다.

정지호 신한은행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사진=최기원PD
정지호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사진=최기원PD

정 부행장은 신한은행의 성공적인 해외진출에 ‘고객·상품·직원의 현지화’라는 3가지 축의 현지화가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사업은 단순히 점포 수, 해외채널 수, 자산 규모, 수익 등과 같은 숫자로 가늠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얼마나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영업을 할 수 있는가가 성패를 판가름한다”며 “해외 시장에 최적화된 영업을 통해 현지에 침투하고 파고들어 갈 수 있는 현지화 영업이 신한은행의 차별화 전략이자 나아갈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 영업은 고객, 상품, 직원이라는 3요소 모두의 현지화다”라며 “고객의 현지화를 위해선 현지 고객에게 맞는 상품의 현지화가 필요하고, 현지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직원의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객·상품·직원의 현지화 전략은 신한은행이 베트남 내 외국계은행 1위라는 성과를 거두는 데 가장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신한베트남은행은 기존의 한국계 기업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현지 기업 및 현지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영역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이런 노력에 따라 현재 기업 고객의 53%, 개인고객의 90%가 현지 기업 및 개인으로 이뤄져 있다.

고객의 현지화와 더불어 직원의 현지화도 지속해서 추진한 결과 현재 정규직원 1700명 중 97%가 현지 직원이며, 지점장·본부부서 부장 등 관리자 직급도 50% 이상이 현지인으로 구성돼 있다.

현지화를 발판으로 베트남에서 이미 많은 성과를 이룬 신한은행이지만 정 부행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판단한다. 그는 “신한베트남이 성공적인 진출을 이뤘다고 평가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아직 베트남 전체 금융자산의 1% 이하에 불과하다. 때문에 현재는 신규 진출보다 이미 진출해 있는 점포의 대형화를 계획 중”이라며 “다른 진출국은 베트남 현지법인 수준으로 키우고, 베트남은 더 키우는 등 현재 진출국에서의 내실 있는 성장을 1차 목표로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20년까지 그룹 내 글로벌 손익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그룹장으로서 해야 할 일은 지점이 열심히 일하는 데 걸림돌이 없게끔 장애물을 걷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삼성이나 LG처럼 글로벌에서 80~90%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은행을 만드는 게 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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