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장 거물인 삼성전자 흔들리면 일본기업은 물론, 미국시장도 영향 있어···일본정부 입장에서도 부담
이번 계기로 쌓여있는 재고 줄이는 효과도 있어
다만 사태 장기화 및 다른 업종으로 제재 번지는 것은 경계해야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에서 한 직원이 미소를 보이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에서 한 직원이 미소를 보이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골자로 한 일본의 전략은 사실상 삼성전자가 주 타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 때문에 일각에선 ‘이러다 삼성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는데, 아베정부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보다 냉정한 현실파악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우선 부정확한 용어가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수출절차 조정’이라는 것이다. 사실 일본 아베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하려는 조치는 반도체 소재 수출 등과 관련해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는 일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정치적 의미는 크지만, 그렇다고 반도체 생산을 못하게 되는 것처럼 혼비백산할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진다는 것은 대만 TSMC와 같은 상황이 된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TSMC가 망했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며 ”절차가 복잡해져 우리로선 귀찮아 질 순 있겠지만 일각의 이야기대로 반도체 공장이 멈춘다는 것이 아닌 만큼, 부분별한 공포감 조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일례로 일본이 규제하겠다는 포토레지스트는 EUV(극자외선)에만 들어가는 것으로 주력제품인 D램 생산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시기적으로도 봐도 생산이 주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인사는 “현 상황이 너무 길지 않게 한 3~4개월 정도만 이어지면서 쌓여있는 재고를 줄이면 (반도체)가격도 올라갈 수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재고를 조정하는 측면도 있는데 그런 측면에선 오히려 반도체 업계에 괜찮은 상황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반도체는 수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재고가 쌓이는 상황은 업계에겐 불리하게 작용한다.

일본 아베정부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 상황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 등과 의견을 교류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 인사는 “만일 삼성전자가 일각 우려대로 멈춰서버리게 되면 일본은 물론 미국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다 영향을 받게 된다”며 “결국 미국까지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아베정부도 그런 상황까지는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인사 역시 “정치가 아닌 돈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아베도 길게 끌고 가고 싶진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40%를 넘어선다. SK하이닉스와 합치면 70%다. 전세계 D램 10개 중 7개는 대한민국 제품이다. 단순히 점유율만 높은 것이 아니라 품질이나 기술면에서도 세계 최고다. 이 때문에 세계 유수 기업들이 두 회사의 부품을 사용하고 있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한국 반도체 기업을 배제하고 데이터센터를 만들거나 AI 등 4차 산업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힘든 상황이 됐을 정도다.

즉, 무작정 공포감을 갖는 것은 아베정부의 전략에 휘말리는 것이니만큼 민간간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우리가 가진 카드 등을 냉정하게 따져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을 봐도 이번 사태에 대해 업계는 차분한 상항이라는 것을 파악알 수 있다. 반도체 시장은 ‘경쟁사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 전형적인 제로섬(Zero-sum) 시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면 시장 3인자인 마이크론의 주가가 올라야 하는데 큰 변동이 없다.

다만 이 같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문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마냥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과 달리 기업관계는 한번 틀어지면 다시 회복되기 힘들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 및 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일본의 제재 움직임이 자동차, 배터리 등 다른 업계로 번질 경우 반도체 업계와 달리 직접적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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