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서울’ 시민 참여는 늘어나는데···제안 옥석 가리기는 과제
‘민주주의 서울’ 시민 참여는 늘어나는데···제안 옥석 가리기는 과제
  • 최성근 기자(sgchoi@sisajournal-e.com)
  • 승인 2019.07.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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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현재 시스템 구축 이후 신규가입자 수 15배 증가
시정 반영 사례도 늘어···제안 적절성 판단 중요성도 높아져
지난 10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민주주의 서울 열린 토론회 장면. / 사진=최성근 기자
10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민주주의 서울 열린 토론회 장면. / 사진=최성근 기자

“재건축·재개발 지역에서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 현재 법제도 외에 특단의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에도 재정적 부담 등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전진경 동물권행동카라 상임이사

“동물보호조례를 개정해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동물 이주에 있어 지자체장이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려 한다. 향후 사업시행단계에서 동물관련 부서에 통보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김문선 서울시 동물정책팀장

10일 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민주주의 서울' 열린 토론회에서는 재건축과 재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에서 길고양이 보호 조치를 마련하는 데 대한 열띤 의견이 오갔다. 이날 의제와 논의된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서울시 제안 사이트 ‘민주주의 서울’에서 논의된 사안들이 속속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고 있다. 시민들이 시정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제안의 옥석을 가리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주의 서울은 일정 인원이 공감하면 해당 부서나 시장이 직접 답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어떤 제안에 대해 50명이 공감하면 해당 부서에서 답변하고 500명 이상이 공감하면 공론장이 열리게 된다. 그 공론장에 5000명이 모이면 서울시장이 직접 답변해야 한다. 시민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서울은 2017년 10월 개설된 이후 정책 제안 공론장 개설 등 보완 작업을 거쳐 지난해 9월 시민들이 정책 제안과 결정, 시행에 참여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시민 제안 사이트인 ‘천만 상상 오아시스’가 시민 제안과 공무원의 답변 중심의 사이트라는 한계를 보완한 플랫폼이란 평가를 받는다.

실제 민주주의 서울 개설 이후 시민들의 참여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규가입자 수는 천만 상상 오아시스 때 연간 5000명 정도였지만 민주주의 서울 개편 이후 약 15배 증가해 연간 6만명이 가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감이나 댓글 등 참여율이 크게 높아졌다. 댓글 수도 이전엔 연간 1500개 정도였는데 민주주의 서울로 바뀌면서 30배 정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 서울에서 나온 생산적인 제안은 실제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 공공기관 화장실 내 비상용 생리대 비치, 보건소 내 난임부부 시술 허용 방안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 화장실 내 비상용 생리대 비치 건은 지난해 6월 18일부터 한 달간 시민 찬반투표를 진행, 총 1459명의 투표자 중 1350명이 찬성해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졌다. 올해 예산을 편성해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치했다.

보건소에서 난임 관련 주사를 맞게 해달라는 청원은 참여자가 5000명을 넘겨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답변까지 한 사안이다. 이전까지 난임부부들은 난임전문병원에서만 난임주사를 접종할 수 있었는데 서울시는 지난 3월 간담회를 갖고 내년 예산에 관련 내용을 편성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두 사안은 온라인 청원이란 간단한 절차로 시작해 3~4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해결됐다”고 말했다.

◇여과되지 않은 제안 부작용 우려도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제안에 대한 적절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법적 분쟁이 있거나 이익집단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제안 등 논란이 일 수 있는 사안이 여과 없이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8년 12월 올라온 서울시립대 집단 린치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제안은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던 사안이라 적절성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5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지만 공론장이 열리지는 않았다.

일정 인원을 채우면 답변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대규모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 특정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시장의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주민들이 시정이나 정책형성과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건 긍정적이다”며 “그러나 지자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나 청원을 빙자해 한풀이하는 메시지, 조직이나 지원하는 세력이 있는 단체 위주의 제안이 올라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의제선정단을 구성해 제안을 검증하고 있다. 의제선정단은 500명 이상의 공감을 받은 제안에 대해 한 달간 적합성을 검토한 뒤 공론장에 올릴지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제선정단에 대해 “공무원이나 내부 구성원이 아닌 순수시민들로 구성돼 있으며 전문가그룹과 일반선정단으로 세분화 돼 있다”며 “전문가그룹은 13~1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의제를 기획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선정단은 전문가들이 기획해서 논의한 의제를 최종 투표로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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