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0일 “민관 비상 대응체제 필요해”···“‘특정국가 의존형 산업구조’ 개선, 가용자원 총동원”
긴밀한 민관협력 통한 신속한 대응·적극적 지원 통한 자립도 제고 등 장·단기 대책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기업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해 총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 30개사와 경제단체 4곳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원태 금호아시아나 부회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황창규 KT 회장, 허창수 GS 회장, 구광모 LG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 대통령,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기업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해 총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 30개사와 경제단체 4곳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원태 금호아시아나 부회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황창규 KT 회장, 허창수 GS 회장, 구광모 LG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 대통령,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일본의 무역규제 조치에 대한 전방위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또한 국제 사회에도 ‘정치적 목적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라는 점을 알리며 여론전도 개시하면서 국제적 공조도 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30대 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경제부총리·청와대 정책실장 등 상시소통 체제, 장‧차관급 범정부 지원체제 등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과의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긴밀한 민관협력을 통한 국가적인 총력 대응 방침을 내비친 것이다. 때문에 이번 간담회는 사실상의 ‘비상체제’를 선포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정부는 민관협력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대외적 상황을 대처하고, 동시에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자립도’를 높이도록 유인하는 방향의 대응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인 만큼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민관 비상 대응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 대책과 근본적 대책을 함께 세우고 협력해 나가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수입처의 다변화, 국내 생산 확대 등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필요할 경우 최소화하는 등의 단기적 대책을 제시했다.

또한 근본적 대책으로 주력산업 핵심기술, 핵심부품, 소재,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특정국가 의존형 산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세제, 금융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조관회의에서도 “정부는 부품·소재·장비 산업 육성을 국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예산·세제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여론전 통해 ‘국제 공조’도 꾀해···WTO 일반 이사회 등에서 재차 부당함 알릴 듯

자체적인 장‧단기 대책과 함께 정부는 국제 공조를 위한 여론전에도 집중하는 모습이 관측된다. 한국은 9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 이사회에서 일본의 무역규제를 추가 의제로 긴급 상정해 한국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백지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는 “일본이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강조한 직후 이러한 조치를 발표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일본의 명확한 해명‧철회를 촉구했다. 또한 백 대사는 일본의 무역규제가 전세계 전자제품 시장에 부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일본의 무역규제는) 양국의 경제에도, 이롭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당연히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우리는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이 무역규제를 철회할 때까지 여론전을 이어간다는 방침으로 전해진다. 오는 23일과 24일 예정된 WTO 일반 이사회에서도 정부는 재차 일본의 무역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한 단호한 대응 방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취했다”며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의 철회와 대응책 마련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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