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책실장 취임 이후 첫 경제단체 간담회···중소기업계 “일본 수출 규제 장기적으로 피해”
김상조 “대외의존도 높은 소재·부품·장비···자립도 높이기 위해 대‧중견‧중소기업 협업 지원”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타격을 입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을 만나 국산 부품‧소재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제시했다.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나 부품, 장비의 국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업을 지원하고, 연구개발(R&D)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10일 김상조 정책실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현안 과제를 논의하는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청와대는 오전부터 대‧중소기업과의 자리를 마련해 애로사항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개 대기업 임원을, 김 실장은 업종별 중소기업 단체장을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중소기업 피해 상황 및 대책 수립이 논의됐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일본이 수출 제한 조치를 이어갈 경우 대기업보다 중소제조기업들의 타격이 크다.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제조기업 59%는 “일본 정부 수출 규제를 6개월 이내로만 견딜 수 있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계는 김 실장에게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외교와 함께 수출규제 피해 구제 조치 프로그램 준비, 수출 규제 장기화에 따른 전략 수립 등을 건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소재‧부품의 해외 조달 시스템 구축, 국산화 전문 중소기업 육성이 거론됐다.

이에 청와대는 대‧중견‧중소기업 협업을 통한 부품 국산화를 일본 수출 규제 조치 대응책으로 발표했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산업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김 실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를 비롯해 국제 무역환경이 불확실하고 혼란스럽다. 국내 기업들은 소재‧부품‧장비 대외의존도가 높아 여러움을 겪고 있다”며 “모든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대기업 역할도 있지만 중소‧중견기업과의 협업이 중요하다”면서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와 공동 기술 R&D를 진행하고 안정적인 수요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많은 기업인이 한 목소리를 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과 중소계열사 간의 수직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김 실장은 강조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단기적인 수익의 관점에서 폐쇄적인 수직계열화와 공급 사슬을 유지해 왔던 대기업이 중소‧중견기업과 협력 파트너십을 맺고 우리 소재‧부품‧장비의 역량을 장기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소재‧부품‧장비 R&D를 위해 금융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R&D를 하고 이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에 맞지 않은 규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규제 혁신을 통해 중소기업이 위험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노동시장, 최저임금, 화학물질 관리 등에서 중소기업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안다. 관계부처가 노력하고 있고, 내년도 예산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중소기업계는 일본 수출 규제 외에도 △중소·중견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 △투자 활성화를 위한 부담금 제도 개선 △중소기업 기업 승계 활성화 지원 제도 개선 △프랜차이즈산업 해외 시장 진출 지원 강화 △중소기업 경영혁신촉진법 개선 등을 김 실장에게 요청했다.

김 실장은 "경제정책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환경 변화에 대해 일관성과 유연성을 조화시켜야 한다”며 “그러나 유연성보다 일관성에 초점을 둬야 할 정책 영역도 있다. 대표적인 정책 영역이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권익을 보호하고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공정경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이라며 "시장의 확실한 기대가 형성·안착될 때까지 정권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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