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3상 에페글레나타이드·롤론티스 등 30건···희귀질환 치료제 영역으로 확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최근 연구개발(R&D)을 진행하던 비만·당뇨 치료제의 1조원 규모 기술수출이 무산된 한미약품이 에페글레나타이드 등 30건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한미약품의 R&D가 향후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한미약품은 파트너사 얀센이 비만·당뇨 치료제(HM12525A) 권리를 반환했다고 지난 3일 공시한 바 있다. 이 권리는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11월 얀센에 기술수출한 비만·당뇨 치료제 개발과 판권이다. 기술수출 규모는 총 9억1500만 달러(한화 약 1조원)였다. 한미약품은 약물 권리를 반환받더라도 이미 수령한 계약금 1억500만 달러(한화 1230억원)는 돌려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은 좌절됐지만 한미약품은 10일 현재 총 30건의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다. 구체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단계 기준으로 임상 3상 3개, 임상 2상 7개, 임상 1상 7개, 전임상 13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질환별로는 당뇨·비만 치료제 9개, 희귀질환 치료제 4개, 암 치료제 13개(북경한미 포함),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2개(북경한미 포함) 기타 2개(성장호르몬결핍증 치료제 1개, 당뇨망막변성 치료제 1개) 등이다.

우선 지난 2015년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최근 1년 동안에 5건의 임상 3상을 시작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계열 당뇨병 치료제다. 랩스커버리 기술을 통해 투여 주기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연장했다. 랩스커버리는 단백질 의약품 반감기를 늘려 약효를 지속시키고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을 지칭한다.   

지난달에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공동개발비용 관련 계약도 추가로 수정됐다. 지난 2016년 말 계약 수정 이후 2년 만에 공동연구비 상한액이 줄어들고, 비용 지급 시기가 늦춰지면서 한미약품에 긍정적 방향으로 수정됐다는 평가다.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장기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역시 임상 3상 시험이 완료됐다. 지난 3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시판허가 신청을 철회한 바 있지만, 연내에 재신청할 예정이다. 앞서 롤론티스는 지난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됐다. 이어 스펙트럼이 지난 2015년 말부터 롤론티스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오락솔은 한미약품이 지난 2011년 미국 아테네스에 기술수출한 합성신약이다. 플랫폼 기술 오라스커버리를 적용해 파클리탁셀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했다. 오라스커버리란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 제제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항암제의 경구 흡수를 방해하는 막수송 단백질 P-glycoprotein(P-gp)을 차단함으로써 경구용 약물의 단점으로 지적받아온 흡수율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아테네스는 지난 2015년 12월 전이성 유방암 환자 360명 대상의 무작위 대조 KX-ORAX-001 3상 임상에 착수한 바 있다. 종료 시기가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어 오락솔의 상업화가 임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상 2상 시험의 대표적 후보물질은 포지오티닙이다. 포지오티닙은 지난 2015년 스펙트럼파마슈티컬즈에 기술수출된 pan-HER2 항암제다. 현재 EGFR 엑손20 변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다.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의 비소세포폐암과 유방암 치료제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올 하반기 임상 2상의 중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한미약품이 지난 2016년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에 이전한 pan-RAF 저해제 벨바라페닙은 임상 1상의 대표 격인 물질이다. 이 후보물질은 최근 2019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1상 중간 결과가 공개돼 주목받은 바 있다. 벨베라페닙은 임상 1상을 통해 NRAS 흑색종 환자에 대한 뛰어난 반응률을 입증했다. 낮은 독성 반응을 인정받으며 면역항암제 티쎈트릭과 병용임상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도 한미약품은 희귀질환 치료제 영역으로 파이프라인 확대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추진 성과는 미국 FDA에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FDA는 2018년 한미약품이 개발한 LAPSGlucagon Analog(HM15136, 선천성 고인슐린증)와 오락솔(혈관육종, 전임상), FLT3(HM43239, 급성골수성백혈병) 3종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어 올 5월에는 한미약품이 단장증후군 치료 바이오신약으로 개발하는 LAPSGLP-2 Analog(코드명 : HM15912)가 FDA로부터 4번째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사노피와 스펙트럼, 제넨텍, 테바 등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실시간으로 긴밀한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R&D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혁신을 통한 성장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