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에 따라 자본시장 패러다임 변화 직면
주식 거래 오류와 같은 사건·사고 여전···정보보호의 날 맞아 신뢰 구축 고심할 때

올해 하반기 국내 증권업계는 큰 변화를 맞는다. 실물증권이 사라지고 전자증권으로 대체되는 전자증권 제도가 오는 9월 도입되는 까닭이다.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이를 두고 “자본시장 패러다임을 대전환시키는 중차대한 역사적인 과업”이라고까지 강조했을 정도니 변화의 무게를 짐작할만하다.    

디지털 혁신에 따른 패러다임 전환은 증권업계에서 이미 뜨거운 화두다.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단순 전환에서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관리,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투자 알고리즘, 네트워크를 통한 이종업계와의 융합 등 디지털 속에 담긴 혁신의 깊이와 넓이는 무궁무진하다. 올해 초 증권사 대표들이 한목소리로 디지털을 강조했던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원대한 포부와는 달리 금융·투자 소비자들은 디지털 불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산업 디지털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거래 오류 사태가 올해만 수차례 발생했다. 매분, 매초가 중요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받는 유무형적인 피해를 감안하면 거래 시스템 오류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정보통신기술(IT) 부문에 쏟아부을 자금이 없는 증권사들도 아니었다. 지난해와 올해 거래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회사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굴지의 증권사로 이들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전산 부문에 쏟아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불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존재해선 안되는 주식이 시장에 버젓이 매도된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가 대표적이다. 디지털화된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자본시장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크게 깨졌다. 유진투자증권의 ‘해외주식 초과 매도’, 골드만삭스의 ‘무차입공매도’도 디지털 시스템의 불안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은 결국 금융·투자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에 앞서 가장 기본부터 챙겨나갈 필요성이 있다. 예탁결제원은 전자증권의 무결성 보여야 하고 증권사들은 거래 시스템 오류에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순 없지만 자본시장의 디지털 기반 시스템은 완벽해야 한다. 

마침 이달 10일은 정부가 제정한 정보보호의 날이다. 이날은 2009년 7월 해커의 ‘디도스’(DDoS) 공격에 정부기관을 비롯한 22개 인터넷사이트 전산망이 마비됐던 사태를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증권업계에서도 정보보호의 날을 맞아 디지털 불신을 초래한 사건과 사례들의 교훈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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