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 문턱 높아진데다 추후 공급 축소 가능성 커진 영향
새집 선호현상 시장 수요 방증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거래된 매물 현황 자료를 파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거래된 매물 현황 자료를 파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분양권·입주권 거래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새집 선호현상에 대한 수요는 충분한데 공급이 받쳐주지 않으면서 대기수요가 분양권 거래시장으로 옮겨 붙은 영향이다. 정부의 각종 규제가 더해져 거래 가능한 절대적 분양권 수는 적지만 이들에 웃돈이 붙으면서 손바뀜은 더욱 활발해질 게 예상된다.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시내에서 분양권·입주권은 총 175건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8월 이래로 9개월 여 만에 최대 건수다. 특히 올 해 2월에는 69건에 불과했던 거래건수가 3월 들어서면서 148건으로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았다. 이후 4월에도 155건이 거래되며 시들하던 인기를 완전히 되찾은 듯 보인다.

분양권·입주권 거래건수가 올 봄 들어서면서 급증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새집 선호현상에 따른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은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 해석한다. 각종 규제책으로 거래를 금지시킴에 따라 사실상 거래 가능한 분양권·입주권은 매우 적다. 실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017년 6월 취임 일주일 여 만에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을 담은 6·19 대책 발표를 통해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과천·광명 등 27곳 시·구에서 분양권 전매거래를 전면 금지시켰다. 또 취임 후 한달 반 만에 내놓은 두 번째 8·2 대책 발표를 통해서는 사업속도 지연, 이주 및 병세 악화 등의 예외사유를 제외하고는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정비사업구역 내 조합원의 입주권 역시 전매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때 이후로 분양권·입주권은 씨가 마르며 거래 시장은 개점 휴업 상태가 됐다.

그럼에도 서울 내 새집에 목마른 수요층이 최근 들어서 분양권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된 청약제도로 청약 문턱이 높아진데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 분양가 심사까지 강화되면서 건설사 및 시행업체가 공급에서 손을 떼는 바람에 새 아파트 물량이 대폭 줄어들 게 예상되니 분양권·입주권 구입이 사실상 새 아파트를 손에 쥐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른 영향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사전 무순위 청약제도 개편에 따른 이른바 ‘줍줍’ 문턱 높아짐 등을 이유로 실수요자든 투자수요든 앞으론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소유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수요층은 선호하는 지역에서 새 아파트 공급량은 부족한데 청약도 어려우니, 웃돈 붙은 분양권이라도 구매하면서 거래가 활기를 띄는 것이다. 다만 거래가능한 매물이 적다보니 규제 적용을 빗겨간 소수의 분양권·입주권만 돌고 돌며 프리미엄만 불어가며 거래되는 상태다.

여기에 지난 8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신축 공급을 더 어렵게 하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까지 염두에 둔 발언을 함에 따라 분양권·입주권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는 게 일선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은 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환수제, 정비사업장 대출규제, 임대세대 증가 등 정비계획 공공 가이드라인 적용까지 더함에 따라 재건축에 따른 새 아파트 입주가 험난해졌다.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층까지 차라리 거래 가능한 분양권 쪽으로 눈을 돌리자고 생각하는 수요층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공급 축소로 인한 불안감이 반영되면서 분양권과 입주권에 웃돈이 더해지며 가격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규제의 역설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분양권 거래가 가능한 양천구 신월동 신정뉴타운 아이파크위브는 최근 한 달 사이 웃돈만 1억 원 가까이 뛰었고 소유주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금 부자들이 입주 임박한 단지 중심으로 분양권 이삭줍기에 나서며 분양권 거래가 늘었다"며 "사전 무순위 청약에 제동이 걸리면서 유주택자는 새 아파트를 사려면 분양권 전매를 고려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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