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낸드 플래시, 수요 개선에도 연내 흑자 전환은 어려워
연내 D램 가격 하락세 지속···“실적 개선 시점 내년으로"

/사진=셔터스톡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메모리 반도체 불황에 올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경영 실적을 발목 잡힐 전망이다. 주력 제품인 D램의 가격 하락세가 올 연말까지 지속되는 가운데 올 2분기엔 낸드 플래시 부문에서 양사 모두 적자 폭을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대외 통상 이슈가 불확실성이 겹치며 반도체 수요 개선 시점 역시 올해를 넘어 내년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SK하이닉스는 매출 6조3793억원, 영업이익 742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의 경우 5조원을 넘었던 전년 동기 실적 대비 86.7%나 감소한 전망치다.

당초 올 2분기부터 수요 개선이 있을 것으로 내다 본 증권가 전망도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전망치는 직전 분기와 마찬가지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2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실적을 두고 지난 3달 간 증권업계는 매출 6조4062억원, 영업이익 7864억원 수준으로 전망했으나, 지난 1달 동안 매출 6조3793억원, 영업이익 742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두 달여 사이 200억원가량 빠졌다.

황민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낸드 플래시의 경우 최근 도시바 정전 사태도 있어 저점을 찍고 현물 가격도 조금씩 오를 것으로 보이나 연내 사업 실적 반등은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주요 매출원인 D램은 올 연말까지 가격이 더 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DDR4 8Gb(기가비트) D램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은 3.31달러로 전월 대비 11.7% 가량 빠졌다. 다만 낸드 플래시의 경우 가격 하락 폭이 다소 둔화됐다. 범용 제품인 128Gb MLC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3.93달러를 기록하며 전달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업계선 낸드플래시 사업 수익성이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다다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황 개선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의 낸드 플래시 사업부문 역시 연내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시각이 짙다. 대신증권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낸드 플래시 사업이 적자전환한 이후 올 2분기 9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5일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잠정실적으로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 대비 4.3%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반도체 사업부문에선 오히려 직전 분기 영업이익(4조1200억원)에 못 미치는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낸드 플래시 사업에선 올 2분기 들어 적자전환하며 약 1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오는 3분기 역시 이렇다 할 호재가 없다보니, 국내 양대 업체의 실적을 중심으로 메모리 시장의 반등 시점 전망도 점차 뒤로 밀리는 추세다. 당초 올 2분기를 수요 개선 시점으로 내다본 업계 관측은 올 하반기를 넘어 내년 상반기를 지목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외 통상 이슈로 인해 올 3분기 역시 녹록하지 않은 업황이 예상된다. 지난 5월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이어, 오는 3분기부터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가 발효되는 까닭이다. 이에 일본 기업은 그간 포괄 허가 방식으로 수출했던 반도체 소재 불산(HF), 포토레지스트(PR) 등을 각 계약 건별로 일본 정부의 심사 이후 수출할 전망이다. 심사 기간엔 약 90일간 소요돼 업계 일각에선 해당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황 연구원은 “증권업계서 반등 시점 전망이 계속 미뤄지는 것이 맞다”며 “국내 업체에선 전반적인 메모리 수요가 회복된다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데다가 고객사 및 IT 시장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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