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이통사 5G 커버리지·콘텐츠 부족
"정부도 제역할 못 해"

그래픽=셔터스톡
그래픽=셔터스톡

5세대(5G) 네트워크 통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지 100일이 돼가지만 불만족스러운 목소리는 여전하다. 단적으로 고가인 5G 통신 요금제와 5G 단말기를 사용하지만 LTE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설정을 해두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차세대 네트워크 서비스로 기대를 모았던 5G는 지난 4월 3일 밤 11시에 한국에서 극적으로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같은 달 5일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개통 행사를 열기로 했으나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상용화 소식에 일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기습적으로 상용화가 이뤄졌다.

시작부터 논란은 있었다.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최초 타이틀에만 집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초반의 잡음일 줄 알았던 이 지적은 오는 11일 상용화 100일 앞두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고가의 최신 프리미엄급 5G 단말기를 구입하고 대용량 데이터 제공량을 얻기 위해 고가의 5G 요금제에 가입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5G 사용을 막아두는 LTE 우선모드 사용자가 지금도 많다.

5G에서 LTE로 데이터가 전환되면서 버벅거리는 증상이 나타나자 사용자들은 5G에 대한 기대를 접고 LTE 우선모드로 마음을 굳혔다. 5G 단말기와 5G 요금제를 쓰지만 포기하고 LTE를 사용하는 것이다. 여전히 5G 커버리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5G 가능 지역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LTE우선모드로 택한 이들의 마음은 좀체 열리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이동통신사 모두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5G에 대해서 할 말이 너무 많다. 1차적으로 정부가 잘못했고, 서비스가 잘 되지도 않으면서 고가요금제를 내놓은 이통사에게 2차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통사에서 커버리지는 물론 킬러콘텐츠도 확보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관련 요금을 받아 챙기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새로운 통신 세대가 거듭될수록 성능이 점진적으로 향상되는 정도이기 때문에 가치 증가 그래프의 기울기가 점점 완만해지게 마련인데 이통사들이 이용자들을 향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돈벌이부터 시작했다는 얘기다.

5G 상용화 후 불안정한 서비스 초반에는 요금을 받기 보다는 프로모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그는 주장했다. 뭘 서비스할지 정하지도 않고 요금만 먼저 정해진 것은 순서가 틀렸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새로운 통신세대에 맞게 새로운 요금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거 요금 체계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안일한 태도라는 것이다. 데이터 제공량에 따른 요금제 외에 5G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서비스 당 요금을 받는 방식 등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담당 부처인 과기정통부에서 소홀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가 권한을 가진 과기정통부가 자체 분석을 하지 않고 부실하게 심의했다고 주장했다. 법적기구가 아닌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를 통해 심의가 진행됐고, SK텔레콤이 제출한 자료를 별도 검증 없이 자문위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과기정통부 직무 소홀 의혹을 밝히기 위해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과거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에서 통신정책에 대해 연구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예전에 과기정통부는 이통사는 물론 시민단체와도 자주 만나면서 협의를 자주 했다.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며 “지금 과기정통부는 문을 닫고 있는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이 안 돼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참여연대의 이번 감사 청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5G 요금제와 관련해서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것 같다. 규제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통사들은 연말까지 인구와 트래픽 기준으로 80%의 5G 네트워크 커버리지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은 연내에 7만개 기지국을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고, LG유플러스는 상반기 내 5만개 이상, 연내 8만개를 구축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최소 올해 연말이 되어야 사용가능할 정도의 5G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끊김 없이 고난도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내년 말이 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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