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2008년, 2011년, 2013년에도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랐지만 매출은 꾸준히 증가···불매운동 실효성에 의문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불매 대상 기업으로 지목딘 유니클로의 표정이 복잡미묘한 듯 보인다. 과거 국내에서 수차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지만, 그때마다 유니클로의 매출은 이를 비웃듯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어지고 있는 불매운동이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일지 주목되는 이유다. 

유니클로가 국내에 상륙한 2005년 이후, 국내에서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유니클로는 불매운동 리스트에 도요타, 아사히맥주, 마일드세븐 등과 함께 꾸준히 올랐지만 단 한번도 국내 매출이 감소한 적이 없다. 

◇ 日 역사 도발 불매운동 때도 유니클로 매출 '굳건'

/수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수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유니클로가 국내에 첫 매장을 연 2005년에는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제정 조례안 의결과 교과서 역사왜곡 등 일본의 역사 도발이 일어났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국내 곳곳에서 반일 시위를 벌였고, 이는 자연스레 일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그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2005년 9월~2006년 8월)은 204억원이었다. 다음 회계연도(2006년 9월~2007년 8월) 매출은 340억원으로 1년 새 66%나 늘어났다. 

한동안 잠잠했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2008년 다시 불붙었다. 2008년 7월경 일본이 자국 학습지도 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명기하며 국내에서 불매운동이 번진 것이다. 

불매운동 시점을 전후한 유니클로 매출은 725억원(2007년 9월~2008년 8월)에서 이듬해 1226억원(2008년 9월~2009년 8월)으로 69.1%나 올랐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되는 수치다. 

2011년 8월경에도 일본의 독도 도발에 반일감정이 확산하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재차 일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유니클로 매출(2010년 9월~2011년 8월)은 3279억원으로 이전 회계연도(2260억원)에 비해 45%나 늘어났다. 이듬해에도 53.9%나 늘어난 5049억원으로 매출이 급증했다. 

2013년에는 모든 언론에서 '사상 최대 불매운동'이라고 기사화할 정도로 그 열기가 높았다. 2013년 2월 일본 시네마현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개최한 데 반발한 국내 소비자들은 과거에 그랬듯 불매 기업 리스트를 만들며 불매운동을 진행했다. 당시에는 3·1절까지 겹쳐서 반응이 더욱 뜨거웠다.

그러나 당시에도 유니클로 매출은 올랐다. 2012년 9월~2013년 8월 회계연도 매출은 6940억원으로 전년(2011년9월~2012년8월) 대비 37.4% 증가했다. 이듬해(2013년 9월~2014년 8월) 매출은 8954억원으로 29%나 올랐다. 국내의 불매운동 열기에 ‘유니클로 어쩌나’를 제목으로 달았던 기사 제목이 무색해질 정도의 성장이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 문제를 불매운동으로 풀고자 하면 어떤 효과도 낼 수 없다"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사회 정의보다는 개인 실익을 더 중시한다. 유니클로의 경우에는 디자인· 가격·브랜드력 면에서 장점이 크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로 옮겨가는 경우가 적을 것이다. 피던 담배를 계속 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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