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통해 리조트·언론사 인수하며 사세 확장
이 회장 지휘 아래 병원사업 시동···현대·삼성·두산에 이어 네 번째
‘부실 시공·오너 리스크’로 주택시장 입지 줄어···사업 다각화 통해 성장동력 마련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왕성하게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부영은 주택사업과 별개로 지난 수년간 리조트·골프장·언론사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 왔다. 최근에는 호텔에 이어 종합병원사업까지 시동을 걸었다.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부실 시공’ 이미지로 주택시장에서 입지가 좁아듦에 따라 새로운 사업을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부영은 서울 금천구에서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옛 대한전선공장 부지(8만2000여㎡)에 880병상 규모의 대형 종합병원과 996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서울시 도시건축동동위원회 심의와 건축인허가·교통영향평가 등을 거쳐 올 하반기에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 계획을 세운 지 4년 만에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부영은 병원사업을 염두에 두고 2012년 대한전선으로부터 해당 부지를 1250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병원사업자를 찾지 못해 사업은 지연됐다. 이에 부영은 우정의료재단을 설립하고 재단에 2만㎡ 규모의 병원 부지와 450억원대 운영자금을 출자했다. 부영이 이렇게 병원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배경에는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우정의료재단 이사장을 맡아 병원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앞서 2015년에는 서남대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대기업이 병원사업에 진출하는 사례는 현대와 삼성, 두산에 이어 네 번째다.

부영은 호텔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 성수동과 소공동에서 호텔 개발을 추진 중이다. 성수동 뚝섬 부지에는 최고 높이 199m, 49층짜리 고급 호텔이 지어질 예정이다. 부영은 지난 3월 성동구청으로부터 착공계를 승인받은 후 착공을 앞두고 있다. 완공 예정일은 2023년 7월이다. 또 부영은 2013년 매입한 중구 소공동 삼환기업 부지에도 호텔을 세울 계획이다.  

사실 부영의 새 사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영은 그동안 M&A를 통해 꾸준히 사세를 확장해 왔다. 지난 2011년 무주덕유산리조트를 인수한 데 이어, 2015년에는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제주부영호텔&리조트를 열었다. 아울러 부영은 2017년 제주지역 신문인 한라일보와 인천지역 신문인 인천일보를 각각 인수하며 미디어 분야로까지 발을 넓혔다. 인천 연수구에서는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라오스·캄보디아 등에서도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부영이 새로운 영역에 계속 진출하는 것이 향후 주택 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시장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부영은 부실 시공 논란으로 주택시장 내에서 입지가 크게 좁아든 상황이다. 여기에 이 회장이 4300억원대의 배임·횡령 혐의로 실형을 받으면서 기업 이미지는 더욱 악화됐다. 주택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임대에 나서는 기존 전략만으론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가 힘들어졌다”며 “여기에 위례의 한 아파트가 부영의 대표 브랜드인 ‘사랑으로’를 떼고 다른 이름을 달 정도로 주택시장에서 부영의 이미지는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수주 시장 공략도 쉽지 않은 만큼 부영이 국내에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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