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규제 같은 직접적 효과 작지만 상징적 의미는 상당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여론이 퍼지는 가운데 8일 서울 은평구의 한 식자재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여론이 퍼지는 가운데 8일 서울 은평구의 한 식자재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가 불거지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 제품을 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매운동이 일본과 관련한 제품 전반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상징적 의미는 있겠지만 실제 일본 경제에 직접적 타격을 입히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은 유통 부문, 특히 맥주 소비와 관련해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 규제 방침이 발표된 1일부터 7일간 일본 맥주의 매출은 14.3%가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에서도 매출이 10.4%  떨어졌고 편의점들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소비 패턴 변화가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식음료품 부문과 달리 다른 부문에선 아직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7~8월 항공권은 이미 다 이전에 판매가 됐던 것들이라 현재의 불매운동 바람이 반영되진 않았다”며 “다만 향후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본 완성차업체 임원 역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한 일본 자동차가 신원미상의 누군가에게 ‘김치 테러’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양국 관계를 보면 불매운동은 다양한 부문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수출 규제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보면 상응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양국 간 외교 갈등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불매운동이 실제로 일본 기업들에게 타격을 입히고 우리 기업들에 이익을 가져다줄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불매운동은 그동안 우리가 봐 왔듯이 오래가기 힘들다”며 “감정적 대응보다 냉철하게 준비된 대응이 상대방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업계에선 이번 불매운동 자체만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대응하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이 이어지면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던 기업 입장에선 뭔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으로 보면 이 같은 불매운동은 반짝 효과로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크게 보면 시장 전체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본과 큰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일었지만 실제로 그로 인해 일본 회사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2013년 독도 영유권 분쟁이 한창이었을 때 일본 제품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 불매운동이 일었지만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이와 더불어 오히려 우리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이미 세계 각국의 산업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일본 기업이 흔들리면 고용 등 국내 경제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불매운동에 따른 실익이 별로 없다는 예기다.

다만 꼭 일본 기업에 직접적 손해를 입히진 않더라도 이 같은 운동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과 우리의 교역 상황을 보면 수출보다 수입이 많다”며 “불매운동이 일본 기업에 직접적 타격을 주진 못하지만 우리 국민이 이렇게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는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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