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창구 운영 및 긴급자금·연구개발·세제 지원···“정부 돈 받기 어려워 망설여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이번 사태 해결돼도 향후 같은 일 반복되는 상황 더 걱정”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기업지원센터 내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서울 소재 기업 피해 접수 및 상담 창구' 모습. / 사진=최성근 기자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기업지원센터 내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서울 소재 기업 피해 접수 및 상담 창구' 모습. / 사진=최성근 기자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서울기업지원센터 내 마련된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서울 소재 기업 피해 접수 및 상담 창구. 접수 첫날인 이날 오후 창구는 한산했다. 서울기업센터 관계자는 “오늘이 접수 첫날인데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 신청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일본의 규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광범위하게 접수하는 단계다. 대기업부터 자영업자까지 피해 부분을 파악하려고 한다”며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부터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일본의 강제징용 관련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답변 시한인 오는 18일 일본이 추가 수출 규제를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 공정에서 일본산 부품의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일부 반도체 소재의 경우 일본 의존도가 99%에 달한다고 한다.

서울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내 기업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액은 78억 달러로 서울시 전체 수출액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지난 5월 이후부터 반도체 부품의 일본 통관절차가 길어졌긴 했지만 일본이 무역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는 낌새를 느끼지는 못했다”며 “일본의 이번 조치가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앞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단 서울시는 피해 창구 운영과 긴급자금 지원, 연구개발 지원, 세제 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이날부터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서울시 소재 기업의 ‘피해 접수 창구’를 운영한다. 서울시 측은 “서울기업지원센터에 전문상담사를 배치해 피해상황을 접수받고, 실태 확인 및 분석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센터 누리집에 Q&A를 마련하고 일본 수출규제 관련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육성기금을 활용한 1.5%의 저금리 긴급자금도 지원한다. 정확한 지원금액 수요를 기업신고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한 후, 중소기업육성기금 중 우선 100억 원을 활용해 직접 피해기업들에게 적기에 자금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지원 수요에 따라 지원규모의 확대도 검토할 계획이다.

혁신기술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작업에 대한 지원도 병행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벤처·중소기업 등의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서울형 R&D 예산을 활용해 기업 기술경쟁력을 높여 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며 “중앙정부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 대책에 맞춰 서울시에서도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직접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지원을 제공한다. 기업의 보유재산에 대한 재산세 등에 대한 고지유예를 최장 1년까지 연장하고, 기존 지방세 부과 및 체납액에 대해서도 최장 1년까지 징수를 유예하는 등 세제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같은 서울시 대책에 대해 업계에선 유보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대출은 받기가 쉽지 않아 신청이 망설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여러 대책 중 특히 정부 차원의 R&D 분야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험상 정부 돈을 대출받는 건 매우 까다롭다는 걸 알다보니 서울시 대책 중 대출 부분은 신청이 망설여진다”며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정부가 일본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국산화 비율이 현저히 낮은데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R&D 분야에 넓게 관여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국내 업체들이 기술이 없는 게 아니다. 기술도 있고 열정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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