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뇌물수수 의혹 사건 개입·자료제출 등 두고 공수 이어가
황교안 한국당 대표 국정원 댓글사건 외압·삼성 ‘떡값’ 등 의혹도 제기
검찰개혁 등 정책 이슈는 ‘뒷전’···윤석열 “검찰개혁안에 저항할 생각 없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각각 공격수와 수비수를 자처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이에 윤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등 검증작업과 검찰개혁,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 정책 이슈는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윤 후보자 청문회를 벼르고 있던 야당은 제대로 된 ‘한 방’을 선보이지 못했고, 자유한국당의 경우 오히려 황교안 대표의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외압‧삼성 ‘떡값’ 등 의혹을 소환하며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작부터 ‘삐걱’거린 청문회…1시간 30분 동안 말 떼지 못한 윤 후보자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윤 후보자는 지난 2년간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등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했고,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 국감 ‘항명파동’ 등으로 유명세를 탔던 만큼 청문회는 큰 관심 속에 시작됐다.

하지만 청문회는 시작부터 여야의 공방만 지속되면서 윤 후보자에 대한 검증 작업은 지연됐다.

여야는 본격적인 청문회 시작 전부터 후보자의 청문회 자료제출‧증인신청, 자유한국당 청문위원 자격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고, 이 과정에서 윤 후보자는 모두 발언 이후 약 1시간 30분 정도 말을 제대로 떼지 못하기도 했다.

자료제출과 관련해 여야는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들은 후보자가 자료를 많이 내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데 실제로 확인해보니 오전 8시 기준으로 1398건 가운데 1203건, 86%가 제출된 상태”라고 밝혔지만,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즉각 “여당에만 자료제출 비율이 80%가 넘는 것이고 우리에게는 제출한 자료는 50%도 안 되는 게 팩트”라고 반박했다.

청문위원 자격을 두고도 여야 의원들은 설전을 벌였다. 지난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에서 여상규 법상위원장 등을 비롯한 한국당 법사위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소‧고발을 당한 것이 쟁점이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돼 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부터 해당이 된다”며 “기소 여부 결정권을 가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청문위원으로) 과연 적절하냐”고 지적했다.

이에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위원장을 비롯한 몇 분이 경찰의 소환을 받은 상태다. 국민은 고발당한 사람이 청문회를 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우리 당도 고발된 사람들은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고소·고발을 당했다고 해서 국회의원 본분인 청문회, 법안·예산 심사에서 제척돼야 하는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청문회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뇌물수수 의혹 사건 개입 핵심 쟁점…황교안 한국당 대표 두고 ‘신경전’

우여곡절 끝에 자료제출‧증인신청 공방은 마무리됐지만, 이후 청문회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개입 등에 집중됐다.

앞서 윤 전 세무서장은 육류 수입업자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고, 도피하던 중 체포돼 강제 송환됐지만 22개월 후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에 윤 후보자가 연루돼 있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윤 씨의 친동생이 윤대진 검사이고 윤석열 당시 특수부장과 골프도 치고 밥도 먹었다”며 “일반 세무서장이었으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6번이나 기각하고, 구속영장까지 기각했겠나”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같은 공세에 민주당 의원들은 소문‧억측에 따라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윤우진 씨를) 불기소처분했을 때 법무부 장관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다. 당시 사건은 검·경 갈등으로 언론에 매일 보도됐다”며 “정 궁금하다면 황 대표를 증인으로 부르면 되지 않나”라며 역공을 폈다.

이에 장제원 의원은 “여당 위원들이 최소한 체면을 지켜줄 줄 알았는데 벌써부터 황교안 대표 이야기가 나오고, 최교일 의원 이야기가 나온다. 참 옹졸한 여당”이라고 지적했고, 이 발언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황 대표에 대한 의혹은 청문회 내내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여야 의원들의 신경전도 반복됐다.

앞서 윤 후보자는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 당시 외압 의혹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삼성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한 바 있다. 또한 황 대표의 이름이 이들 의혹에 언급되면서 청문회의 또 다른 쟁점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윤 후보자가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외압 의혹과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개입했단 사실을 증언했다”며 “황교안 당시 장관은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 ‘떡값’ 의혹에 대해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내부 고발을 준비하며 작성한 진술서를 보면 황교안 당시 공안1과장이 언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황교안 당시 공안1과장은 검사를 그만두고 이맹희 씨 등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청구한 상속재산 회복 소송을 대리하기도 했다”며 “삼성의 관리를 받다가 옷을 벗고 삼성 사건을 수임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공세에 한국당 의원들은 이미 사법적인 판단이 내려진 사건이라며 반박하면서, 윤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황 대표를 끌고 들어가는 모습은 온당치 못하다고 강력 비판했다.

◇윤석열 후보자, 검경수사권 조정‧공수처 신설 등 개혁안 ‘동의’

한편, 청문회에서 윤 후보자는 검찰개혁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던 만큼 세간의 관심이 모아진 사안이었다.

윤 후보자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저희가 실무자로서 좋은 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전문가로서 겸허하게 의견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나 국회에서 거의 성안이 다 된 법을 검찰이 틀린 것이라는 식으로 폄훼한다거나 저항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사지휘권 문제’에 대해서 “검경 간의 협력 관계가 잘 이뤄지는 것이 수직적인 지휘 개념을 유지하는 것보다 형사법 집행에 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증적으로 봤을 때 대등한 협력 관계인 미국의 형사법 체계가 범죄 대응 능력이 조금 더 뛰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수사와 관련해서도 그는 ‘지휘’라는 개념보다는 ‘상호협력 관계’로 가야 한다면서, 축소‧폐지 쪽의 입장을 내비쳤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부정부패에 대한 국가 전체의 대응 역량이 강화되는 쪽으로 간다면 검찰은 직접 수사를 줄이다가 장기적으로는 안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수사를 누가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부패대응 역량의 국가적인 총합이 커진다면 저는 그런 방향에 충분히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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