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손정의 회장 방한 후 국내 유통업계 현실 관심 올라가
쿠팡 손절 가능성도 완전 배제는 못해···시장 점유율 확대가 '관건'

/그래픽=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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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이후, 그가 국내에서 추가 투자를 단행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손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AI(인공지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기반으로 하는 쿠팡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에 던진 화두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국내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올해 매출은 7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올해 쿠팡이 롯데마트와 비슷한 매출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50% 신장세를 내년 이후에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3년 후에는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를 위협하는 업체로 성장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에 던진 충격파는 건실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생존까지 위협하며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손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쿠팡의 누적적자가 수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추가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강수를 뒀다. 쿠팡의 가능성을 손 회장의 추가 투자가 방증한 셈이다.

손 회장의 그간 사업 선택기준을 보면 쿠팡이 어떤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손 회장은 그간 신규 투자를 결정할 때 가정 먼저 ‘플랫폼이 되는 사업’인지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정적인 플랫폼을 확립하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여 성공은 뒤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원칙을 손 회장은 갖고 있다.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 창업 초기도 사실은 컴퓨터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플랫폼 사업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손 회장이 쿠팡을 손절하지 않는 이상 쿠팡은 플랫폼 역할을 위한 지속적인 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 대규모 물류센터 등은 쿠팡을 플랫폼화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면서 “전국민 플랫폼이 되면 사실상 승자는 쿠팡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전국민 플랫폼이 되기 위한 관건으로 ‘시장 점유율’을 꼽고 있다. 실제 현재 쿠팡은 흑자전환보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 지금의 적자는 향후 쿠팡이 원하는 시장 점유율까지 올라가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대로 말하면 시장 점유율이 기대만큼 확대되지 않을 경우 쿠팡의 미래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아마존의 아시아 거점이 되거나 일개 택배회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 쿠팡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쿠팡 측이 밝힌대로, 최근 4년간의 누적적자 3조원이 계획된 적자라고 하지만 언제까지나 손 회장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손 회장이 투자의 귀재로 불리지만, 과거 투자를 했다가 실패한 사업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일관된 배송정책과 가격의 비교우위가 필요한데 추가자금 유입없이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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