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조선 하도급업체들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전속 거래 강요로 파산”
경제 전문가 “원·하청 불공정 거래 따른 대·중소기업 양극화가 사회 양극화 주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공석인 차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하청업체 관계자들과 경제 전문가들은 원·하청기업 간 불공정 거래인 납품단가 인하와 전속 거래 강요 해소 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불공정거래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커지면서 일자리 부진과 사회 양극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핵심 과제를 꼽은 배경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공석인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조만간 지명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청과 하도급 업체 간 불공정 거래 문제는 자동차 하도급 협력업체에서 만연하다. 자동차 하도급 중소협력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이 1차 협력업체를 통해 2차 협력업체들에 대해 전속 거래와 단가 인하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국 자동차 하도급 중소협력업체 피해자 협의회 총무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자동차 2차 협력업체들은 부품을 만들어 공급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1차 협력업체를 통해 전속 거래와 단가 후려치기를 강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많은 2차 협력업체들이 파산했다. 이러한 불공정거래 행위 등으로 현대자동차의 2차 협력업체 가진테크 대표가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주 총무는 “완성차 기업들은 1차와 2차 협력사 간 문제라고 선을 긋지만 완성차 원청업체들이 이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자동차 2차 중소협력업체의 불공정 거래 문제 해결을 위한 진행이 잘 되지 않는다.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 해야 한다”고 했다.

서보건 법률사무소 다름 대표 변호사는 “자동차 업종에서 원청의 하청에 대한 전속 거래 강요로 하청은 원청 기업에 대해 종속돼 협상력이 전혀 없다. 이 상황에서 납품 단가의 부당한 인하를 거부할 수 없고 이를 소송할 수도 없다”며 “이는 겉으로 보면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 간 문제로 보이지만 완성차 업체의 관여가 있다고 본다. 최소한 묵인 하에 이뤄진다. 2차 협력사들이 완성차 업체에 1차 협력사의 불공정거래를 신고해도 묻히게 된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하도급법에 전속 거래 강요 금지가 명시 돼있지만 실제로는 만연하다”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의지의 문제다”고 했다. 2018년 7월 시행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는 ‘하도급 업체에 대한 전속거래 강요 금지’가 담겨있다. 

원청기업과 하청 기업 간 불공정 거래 문제는 조선해양플랜트 업종도 심각하다.

윤범석 전국 조선해양플랜트 하도급 대책위원장은 “조선해양플랜트 하도급 기업 가운데 인력 하청업체들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원청 업체의 인력 단가 후려치기, 기성금 미지급, 계약서를 미리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는 하도급 불공정 계약 등이다”며 “원청 업체들의 이러한 불공정 거래 행위로 많은 하도급 업체들이 파산하거나 손해를 보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로 사람들이 조서해양플랜트 하도급 업체로 취업을 꺼려해 인력난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조선해양플랜트 원청업체의 인력 단가 후려치기, 기성금 미지급, 계약서를 미리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는 하도급 불공정 계약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막을 조선업 하도급법을 입법화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움직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새로 임명될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하도급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관련 법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하도급 불공정거래 문제는 돌발 부채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청기업의 하청기업에 대한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는 만연했다. 이는 양극화로 이어졌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8년 11월 조사에 따르면 최근 중소제조업체 507개 기업 가운데 36개 불공정 피해사례가 나왔다. 불공정거래 유형(복수응답)은 원청업체의 부당감액 요구 66.7%, 부당한 대금 결정이 47.2%로 가장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원청의 보복이 두려워 불공정거래를 접수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단가 후려치기로 중소기업의 이윤이 낮아지고 이는 중소기업 직원들의 임금을 낮춘다. 반면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30대 재벌 그룹 사내유보금은 최근 950조원에 달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에 따른 임금 격차가 한국 경제와 양극화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홍민기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사회 양극화의 가장 큰 문제는 대·중소기업 간 직원들의 임금 격차다. 이는 대·중소기업 간 납품단가 인하 압력, 전속거래 강요 등 불공정 거래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윤 차이가 커지기 때문”이라며 “납품단가 인하가 만연해 있다. 전속 거래 강요 경우에도 중소기업들의 기술 발전을 어렵게 한다. 대기업이 시킨 대로만 해야 하기에 독자적 기술 개발이나 자체 개발 능력이 사라진다. 최근 일본의 한국 대상 무역 보복에서 보듯이 중소기업들이 핵심 부품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홍 위원은 “한국은 수요 시장, 즉 원청 기업이 시장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공정거래법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해결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하청 기업들이 원청을 상대로 불공정 거래에 대해 소송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며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수요자인 원청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규제해야 한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도 폐지해 하청기업들의 불공정 거래 소송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사건애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가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전속고발권을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격담합, 공급제한담합, 시장분할담합, 입찰담합 등에 대해 검사가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김오수·조성욱·최정표·김남근·김은미 등 거론

한편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는 김오수 법무부 차관, 조성욱 교수, 최정표 KDI 원장, 김남근 민변 부회장, 김은미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오수 차관은 2012~2013년 공정위에 법률자문관으로 파견 근무했다.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조성욱 서울대 교수도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조 교수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재벌정책과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졌다.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 최정표 KDI 원장, 김남근 민변 부회장, 김은미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최정표 원장은 2012년~2016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대표를 지낸 바 있다. 공정위 비상임위원을 지냈다.

김남근 부회장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으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건설교통부 부동산공개념 검토위원회 위원, 주택공급제도 검토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김은미 상임위원은 판사 출신이다. 2009년 공정위원회 심판관리관을 지낸 바 있다. 삼성그룹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가운데 한 축을 맡고 있다. 문 정부 2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경제 정책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한다.

서보건 변호사는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원하청 간 불공정 거래 해결에 대한 후보자의 의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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