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전환에도 투자수익률·신계약률 등은 하락

KDB생명보험 본사/사진=연합뉴스
KDB생명보험 본사/사진=연합뉴스

KDB생명보험이 경영 정상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도 매각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감은 줄어들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르면 올해 말 KDB생명 매각을 위한 네 번째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7년 지급여력비율(RBC)이 128%까지 떨어지며 건전성 위기를 겪었던 KDB생명은 지난해 1월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경영 정상화를 이뤄가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RBC비율은 212.8%를 기록했으며 실적도 2017년 767억원 순손실에서 지난해 64억원 순익으로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최대 24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99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했다.

추가로 금융당국이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의 도입 시기에 맞춰 2022년으로 연기하고 경과 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혀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지난 5월 “KDB생명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경영 정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생보사 인수를 검토 중인 금융사로는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 등이 있다.

하지만 일부 긍정적 요소에도 시장의 반응은 다소 차가운 것으로 전해진다.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실적은 개선됐지만 수익률과 매출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KDB생명의 투자수익률은 3.03%로 전년(3.23%) 대비 0.2%포인트 하락했으며 운용자산이익률도 같은 기간 3.33%에서 3.12%로 낮아졌다. 보험영업수익 역시 3조2650억원에서 2조9145억원으로 줄어들었고 투자영업수익도 1조103억원에서 7857억원으로 감소했다.

신계약율도 2017년 17.97%에서 지난해 13.34%로 대폭 하락했다. 이는 KDB생명과 함께 주요 매물로 거론되는 ABL생명(23.51%)과 동양생명(15.61%)에 비해 낮은 수치다. RBC비율도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ABL생명(292.2%)이나 동양생명(235.7%)보다 낮은 상태다.

KDB생명에 투입된 막대한 공적자금도 큰 걸림돌 중 하나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생명을 65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추가 유상증자 65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3000억원을 KDB생명에 들였다. 때문에 매각을 할 때 어느 정도 공적자금 회수를 생각하고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해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의 지분 59.15%를 2조3000억원에 인수한 점을 고려하면, 매각을 위해서는 공적자금 회수를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실적만 비교하더라도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KDB생명보다 48배가량 많은 31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KB나 우리 등 대형 금융그룹들이 생명보험사 인수를 원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단순한 포트폴리오 확대가 아닌 수익성 강화가 목적”이라며 “특정 회사에 대한 가치를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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