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글로벌 트렌드에 따른 변화···유능 인재 적기에 확보할 수 있어”
“효과적 인력 수급 가능할지 의문” 은행권 내 회의적 시각도

지난해 8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수십년간 정기 공채로 인력 채용을 해 오던 은행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기 공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가 하면 부문별 연중 수시 채용을 통해 인재를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은행권의 채용 혁신 움직임에 관심에 쏠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기존 정기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대폭 개편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부터는 수시 채용 방식을 적용하고 기존 정기 공채 제도는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하나은행의 채용 방식 변화는 1991년 7월 공채 1기 채용 이후 29년 만이다. 수시 채용은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해 진행할 계획이다. 하나는 6~8주의 인턴 기간을 거쳐 우수 인력을 채용하는 ‘채용연계형 인턴십’과 디지털 등 전문 분야를 수시로 뽑는 ‘전문 분야 수시 채용’이다.

앞서 신한은행 역시 올해부터 인력 채용 방향을 ‘창의 융합형 인재 확보’로 정하면서 채용 절차에서도 디지털·ICT 부문 인재를 연중 수시로 채용하는 ‘디지털 ICT 신한인 채용위크’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은행권이 이처럼 정기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채용 프로세스에 변화를 주는 이유는 기존 정기 채용 방식이 변화된 환경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LG그룹·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들은 대규모 정기 공채 대신 수시 공채로 전환하는 추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미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도 수시 채용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채용 시스템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라며 “수시 채용을 통해 유능한 인재를 적기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갑작스레 바뀐 채용 방식이 은행권 취업준비생(취준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보통 상반기·하반기 공채 시즌이 정해져 있어 취준생들이 여기에 맞춰서 공채를 준비해왔다”며 “수시 채용으로 바뀌면 이전에 정해진 채용 시기에 맞춰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졌던 취준생들이 공채 준비에 혼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인력을 적기에 영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수시 채용으로 인한 혼란으로 인재들을 놓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시 채용이 과연 은행권 인력 수급에 적절한 방식인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매년 희망퇴직 등을 통해 대규모 인원이 나가고 그에 대해 정규 공채를 통해 인력 수급을 하는데, 수시 채용으로 인력 수급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의 수시 채용 방식 채택은 모든 분야의 인재를 획일적으로 채용하던 정기 공채 방식과 달리 각기 다른 분야의 인재를 필요한 시점에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다만 수시 채용을 하더라도 최근 은행권 인력이 감축되는 추세여서 취준생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