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변전소 문제’ 여파로 사업 속도 못내
수색역세권 개발 발표 이후 재개발 탄력
8개 구역 사업 활발···개발 완료되면 3만 가구 규모 아파트촌으로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형 변전소 주변에 낡은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어 낙후지역 이미지가 강했던 수색·증산동 일대가 브랜드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수색역세권 개발에 힘입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뉴타운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자족 기능을 갖춘 서울 서북부권 신흥 주거지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수색역세권 개발 발표 이후 분위기 반전

상암DMC업무지구와 마주한 수색·증산뉴타운은 2005년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사업 면적만 79만3028㎡에 달해 강북 최대 뉴타운지역으로 주목받았다. 사업지는 수색동 14곳, 중산동 6곳 총 20곳으로 나눠 진행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뉴타운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무엇보다 전자기파 우려가 큰 수색변전소가 사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은평구와 한국전력공사는 2011년 수색변전소를 지하화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인허가 지연 등 여러 요인으로 착공되지 못했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해제된 구역도 적지 않았다. 수색2·3·5구역은 시장 재개발로 변경됐고, 수색10·12·14구역은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증산동 역시 1·3·4구역은 해제 수순을 밟아야 했다.

뉴타운 사업이 다시 꿈틀 된 시기는 서울시가 수색변전소 지하화 사업을 수색역세권 개발과 통합해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수색역세권 개발 사업은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일대 22만㎡ 부지에 업무·상업·문화시설 등의 대규모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암동과 수색동을 단절시켰던 수색역 지하화와 공원 조성 등도 계획됐다. 수색변전소는 앞서 해제된 수색10구역과 함께 ‘수색1존치관리구역’으로 통합해 개발될 예정이다.

특히 앞서 분양된 ‘수색4구역’과 ‘수색9구역’이 흥행을 기록하면서 다른 구역의 재개발 불씨를 지폈다. 2017년 6월 수색4구역에서는 1182가구로 구성된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가 공급됐다.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 12년 만에 이뤄진 첫 분양이었다. 수색4구역은 뉴타운 내에서도 상암지구와 가장 인접한 단지로 평가받으며 분양 당시 평균 38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분양한 수색9구역(DMC SK뷰)도 평균 청약경쟁률 91.62 대 1로 흥행을 이어갔다. 두 단지의 성공 이후 다른 구역들 역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8개 구역에서 사업 활기…부동산시장에선 증산 2구역에 특히 주목

수색·증산뉴타운은 이미 분양을 마친 수색4·9구역과 해제된 10개 구역을 제외하면 8개 구역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증산2구역, 수색6·7·13구역은 이주·철거를 마치고 분양을 앞두고 있다. 수색8구역과 증산5구역도 사업시행인가를 마치고 재개발 사업의 7부 능선을 넘었다. 모든 개발이 완료되면 약 3만 가구에 달하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사업지는 증산2구역이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붙어 있는 입지 덕분에 수색역세권 개발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GS건설이 짓는 1386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들어선다. 증산2구역 조합은 현재 철거작업을 완료했으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조정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일반분양은 연말에 계획돼 있다.

수색6구역(1223가구)은 내년 상반기에 분양할 예정이고, 수색7구역(649가구)은 철거를 위한 용역업체 선정을 마무리했다. 두 구역 모두 GS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수색8구역(472가구)은 지난해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인가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9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수색13구역(1402가구)은 분양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증산5구역은 교육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대로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수색·증산동 일대가 모두 개발을 완료하면 자족 기능을 갖춘 서울 서북부권 핵심 주거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도 수색·증산뉴타운은 입주권 가격이 인근 상암동 아파트값을 뛰어넘었다”며 “아파트만 들어서는 베드타운이 아닌 대규모 업무단지 유치로 자족도시로서 새롭게 변모해가고 있는 수색·증산동 일대는 앞으로의 가치가 더 기대되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