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보상 놓고 갈등 심화···세입자들, 폐건물 올라가 수개월째 시위
동대문구, 만일의 사태 대비해 분양승인 결정 못내···최악의 경우 연내 분양 물 건너 갈 수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청량리 제4구역’은 조합과 세입자 간 갈등으로 분양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사진은 청량리 제4구역 일대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강북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로 주목 받았던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가 분양을 앞두고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추가 보상을 놓고 기존 세입자들과 조합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예정됐던 분양승인이 미뤄지고 있다. 승인권자인 동대문구청은 분양승인을 해줄 경우 세입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해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분양보증 유효기간 만료일인 이달 중순까지 분양승인을 받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분양은 연내 불가능할 전망이다.

5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일대 ‘청량리 제4구역’은 곳곳에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철거 중인 건물 외벽에는 시행사인 조합과 시공사인 롯데건설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그 아래로는 경찰차 3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현재 철거현장 안에 2명의 세입자가 있는데 음식물이나 위험 물질을 들고 갈 수 있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4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청량리 제4구역은 재개발 추진위원회(추진위)와 옛 588 집창촌 일대 땅 소유주와 세입자로 구성된 ‘588 집창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보상을 놓고 대치 중이다. 이에 비대위 관계자 2명은 4구역 인근 폐건물 옥상에서 텐트를 치고 수개월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비대위는 40억원의 추가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은 이미 보상이 완료됐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4일에는 시위를 벌이던 비대위 관계자 1명이 폭발사고로 사망하면서 청량리 4구역 일대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이 사고 이후 소방당국은 만일의 추가 사태에 대비해 시위가 진행 중인 폐건물 아래로 에어매트까지 설치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조합과 시공사인 롯데건설이다. 4구역에는 65층 짜리 초고층 아파트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5월 중순 HUG로부터 분양심사를 통과했고, 이달 초 분양 예정이었다. 하지만 분양에 필요한 분양승인을 동대문구청으로부터 아직 받지 못했다. 분양승인을 해줄 경우 세입자들의 시위가 더욱 거세질 수 있어서다. 사망 사고가 일어난 이후에는 더욱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문제는 HUG의 분양심사 보증기간이 이달 15일 만료한다는 점이다. 통상 분양보증 유효기간은 2개월이다. 만료일이 지나면 조합은 조합원과 입주민들의 동의서를 받는 작업과 HUG의 분양심사 등의 과정을 또 다시 거처야 한다. 최악의 경우 연내 분양이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또 대출 등 금용비용이 이미 너무 많이 소요돼 후분양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문구청이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의 이견은 전혀 좁혀지질 않고 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난감한 상황이다. 분양을 하지 못하면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통상 건설사들은 분양대금을 통해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 터파기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분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겨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조합이 비대위와 빠르게 합의를 하면 좋겠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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