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보충자료···적용 범위 넓어질 가능성 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인공지능(AI)이 채용 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검증하는데서 나아가 면접 과정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면접이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 낯선 전형에 난감해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생겨나자 이를 겨냥한 AI 면접 대비 특강과 모의면접, 도서까지 나오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중외제약, 부산은행, 경남은행, 경동나비엔, SR 등 면접 전형에 AI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AI 면접은 기존 대면 면접과 달리 면접관이 면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PC를 이용해서 면접을 치르는 것을 말한다. 학습된 데이터에 따라 지원자의 표정, 어휘 등을 바탕으로 직무 능력, 진실성, 인성 등을 평가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소프트뱅크가 지난 2017년 5월부터 미국 IBM AI 왓슨으로 서류 전형을 치렀다. IBM은 AI 면접을 통과한 지원자만 인사 담당자가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아마존은 AI를 통해 직원 해고를 결정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AI 활용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객관성을 꼽았다. 동일한 기준으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봤다. 사람이 면접을 보게 되면 선입견이나 감정이 개입되게 마련인데 AI는 개인의 취향이나 감정을 배제하고 지원자들을 대할 수 있다. AI가 채용을 담당하면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이날 AI 면접을 진행한 SR은 처음으로 AI 평가결과를 면접의 보충자료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SR 관계자는 AI 도입 이유에 대해 “대면 면접을 할 때 평가위원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AI 면접을 통하면 미리 입력시켜놓은 빅데이터를 통해서 분석할 수 있다”며 “공공기관이다 보니 채용의 공정성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AI 면접의 결과가 당락을 결정짓진 않는다. AI에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면 향후 AI 면접 결과가 합격 여부를 가려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SR 측은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채용부터 일부 계열사에 AI를 도입해 자기소개서 표절검사와 필요인재 부합도를 평가하는데 활용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전 계열사에서 서류 전형 시 AI를 활용하고 있다. 전적으로 AI로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충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아직 AI 면접을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향후에는 도입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롯데그룹이 자체적으로 AI 채용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던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 점수와 비교한 결과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은 AI를 활용하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면서 정교화작업을 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AI 면접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과제를 하나 더 얻게 됐다. 면접 후기 등 자료가 부족하고 생소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I 면접을 대비하기 위한 특강이 개설되고 관련 서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출판사 시대고시기획에서는 ‘채용담당자가 공개하는 AI면접 합격 기술’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시대교육그룹은 AI면접 전문 브랜드 ‘시대로’를 출범하고 지난달부터 모의 AI 면접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말하는 습관 파악, 긍정적‧부정적 단어 분석, 반복 연습을 통한 경험치 상승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의 AI 면접은 기본 질문, 인성검사, 상황제시형 질문, AI게임, 심층구조화 질문, 적성검사, 상식테스트 등으로 이뤄졌다.

AI로 면접 영상을 분석해 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뷰인터는 면접 질문을 고르고 영상을 촬영하면 AI가 비언어적인 행동을 분석해 주는 기술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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