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사업물량 가운데 1%만 가능해
가치높은 평형·고층 매물 보류지로 지정해 추후 매각하면 조합은 수익성 극대화 가능

서울 강남의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최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성사되면서 시세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 강남의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최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성사되면서 시세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보류지가 정부의 규제에 쫒기는 강남 재건축 사업장 안팎에서 해법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와 수익성을 높이려는 정비사업장 간 쫓고 쫓기는 추격전 속에서 모멘텀으로 작용할 지 건설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재건축을 진행 중인 한 사업장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일반분양을 위한 투트랙 전략 제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분양물량이 많고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저층의 소형평형 매물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받으며 승인에 따라 분양하는 대신, 강남권에서 가치가 높은 대형평형의 전망 좋은 고층 매물은 보류지로 뒀다가 추후 정부의 규제를 피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고가 분양을 하자는 설명이다. 실제 실현여부는 미지수이지만 정부의 각종 재건축 규제로 조합의 수익성 극대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제안은 많은 조합원의 공감을 샀다.

보류지란 조합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 중 발생할 변수에 대비해 직접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다. 정비사업이 완료될 즈음인 입주 6개월여 전후로 일반에 매각하는 경우가 많고 분양가를 조합이 임의로 책정할 수 있어 사실상 후분양제 형태를 띤다. 조합은 전체 공급물량 가운데 1%만 보류지로 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재건축 사업장의 전체 공급물량이 2000세대면 최대 20세대까지 보류지로 지정 가능하다. 재건축 정비사업이 완료되기 전에 주변 시세에 신축 프리미엄까지 붙여 고가에 매각을 해도 잘 팔릴만한 입지 좋은 사업장 내에서도 희소성 있는 매물이 대상이 된다.

보류지 매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여론형성은 최근 정부와 강남 재건축 시장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지난달 초 HUG를 통해 고분양가 지역에 대한 분양가 규제에 나서자 조합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제 도입을 속속 검토했다. 후분양제를 택할 경우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후분양제에까지 주택법 시행령 개정 등 그리 복잡하지 않은 절차를 거쳐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조합 측은 보류지 분양이라는 빈틈을 검토하는 것이다.

실제 지금까지 매각한 주요사업장 보류지 분양가격을 보면 당초 분양가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 롯데캐슬 센터포레 조합은 지난달 말, 2016년 10월 팔고 남은 보류지 2세대에 대한 입찰공고를 내고 판매를 시작했다. 조합 전용 59㎡ 14층 매물 입찰최저가는 11억 원, 1층은 9억9000만 원으로 책정했음에도 모두 이보다 더 높은 값에 판매 완료됐다. 이는 당초 분양가격인 5억7300만 원, 5억1900만 원 대비 2배 수준이다.

이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집값 인하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단지 분양방식의 변화만 유발할 뿐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를 억눌러도 매물로 풀리는 순간 더 높은 값의 매물로 나오는 현상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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