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삼청점 오픈···MMCA 서울관·정독도서관과 인접해 고즈넉한 삼청동만의 분위기 짙어
1~3층 각층마다 다른 분위기···미한 CEO "대기 줄보다 커피 맛으로 회자되고파"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CEO가 5일 오픈한 블루보틀 삼청점에 대해 취재진에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지호 기자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CEO가 5일 오픈한 블루보틀 삼청점에 대해 취재진에 설명하고 있다. / 사진=박지호 기자

"삼청동은 한국의 전통과 장인정신이 깃든 곳이다. 블루보틀도 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 곳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브라이언 미한(Bryan Meehan) 블루보틀 CEO는 국내 블루보틀 2호점인 삼청점을 개점한 소회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 많은 관심을 받으며 국내에 처음으로 상륙한 블루보틀이 5일 삼청동에 2호점을 열었다. 블루보틀 삼청점은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의 북면과 마주하며, 경복궁 동편 입구에서 정독도서관으로 오르는 2차선 길가에 위치했다. 낮은 기와집이 매장을 사방에서 감싼다. 그 덕분에 삼청점 매장 내 어느 창을 통해서도 기와를 겹겹이 쌓아올린 한국 전통가옥의 지붕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블루보틀의 자부심 역시 대단했다. 미한 CEO는 "한국 매장을 준비하던 2년 전 이곳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미술관 옆에 궁, 궁 옆에 산이 있는 삼청동이 특별하게 느껴졌다"면서 "당시 이곳(블루보틀 삼청점 자리)에는 다른 카페가 운영 중이었는데 그 장소 그대로 우리만의 컨셉트로 리모델링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서울, 그중에서도 삼청동을 거점으로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블루보틀 삼청점의 1층(위)과 2층(아래) 모습. / 사진=박지호 기자

블루보틀 삼청점은 3층짜리 건물이다. 1층에는 원두와 MD, 커피와 빵을 판다. 주문은 1층에서, 음료는 2층에서 받는 시스템이다. 덕분에 매장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인테리어만큼 커피 맛에도 공을 들였다. 블루보틀은 전 세계 4곳(미국 오클랜드, LA, 일본 도쿄 그리고 서울 성수)에 로스터리를 두고 있는데, 블루보틀 삼청점의 원두는 바로 성수점에서 로스팅해 가져 온다. '신선한 콩'이야말로 커피 맛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1층에서는 옅은 그레이와 우드가 조화를 이뤘다면 2층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2층에는 커피바와 둥글넙적한 의자, 테이블이 있다. 이곳의 의자와 테이블은 일반 카페의 그것과 다르다. 이곳의 가구들은 짙은 오렌지 색상의 코르크 재질로 구성돼 창밖의 녹음, 회갈색 기와와 만나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한 벽면이 통창인데, 커피를 기다리며 창밖을 보면 삼청동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다. 영리한 설계다.  

3층 사이펀 커피바. 바리스타 뒤로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의 5층탑이 보인다. /사진=박지호 기자
3층 사이펀 커피바. 바리스타 뒤로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의 5층탑이 보인다. / 사진=박지호 기자

3층에도 커피바가 있다. 단 2층의 커피와 다르다. 사이펀(Siphon)이라는 추출 기계를 사용해 커피를 내리는데, 이 커피의 가격은 1만1500원이다. 블루보틀 아메리카노가 5000원임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가격이다. 사이펀 커피바는 2층과 달리 상시 운영되지 않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하루에 3시간을 한정해서 커피를 판매할 계획이다. 사이펀 커피를 먹는 사람은 그 앞에 위스키 바(bar) 테이블과 닮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특권도 얻는다. 바 테이블에 앉으면 국립민속박물관의 상징인 5층탑을 정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3층에는 사이펀 커피 말고도 상대와 마주보고 앉는 티테이블이 있다. 그 옆으로 야외 테라스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3층 건물치고는 편히 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자리가 적다. 앉아서 작업을 하거나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기에 그다지 편한 카페는 아니라는 뜻이다.

블루보틀은 1호점 성수점의 성공을 자축했지만 '3시간 대기' '4시간 대기' 등 대기 시간이 인기의 척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한 CEO는 "커피의 맛과 퀄리티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블루보틀의 커피가 맛으로 인해 많이 회자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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