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자 물건 늘고 경기악화 여파 영향···낙찰가율은 2013년 이후 ‘최저’

/ 자료:지지옥션
/ 자료:지지옥션

최근 들어 경매 진행건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달 일평균 진행건수는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규제 후폭풍을 버티지 못한 갭투자자들이 물건을 쏟아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낮은 낙찰률과 경기 부진의 여파로 경매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4일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이 발표한 ‘2019년 6월 경매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진행된 법원경매 건수는 총 1만463건으로 5월(1만1138건)에 비해 6.1% 감소했다. 이 중 3412건이 낙찰돼 낙찰률은 32.6%, 평균응찰자 수는 3.6명을 기록했다. 낙찰가율은 73%다.

월별 수치만 놓고 보면 지난달 경매 진행건수는 5월에 비해 상당 폭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난달 전국 법원의 입찰진행일수가 5월(22일)에 비해 훨씬 적은 19일에 불과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진행건수를 입찰진행일수로 나눈 ‘일평균 진행건수’를 살펴보면 오히려 지난달(551건)은 4월(515건)·5월(506건) 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6년 5월(607건) 이후 최대치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진행된 경기악화의 여파가 경매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적게는 수십채부터 많게는 수백채를 보유하고 있는 갭투자자들이 물건을 한꺼번에 내놓은 영향이 컸다. 강화된 대출 규제와 매매·전세가격 인하 후폭풍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2015년 2월까지 700건을 넘었던 일평균 진행건수는 서서히 감소하다 사상 처음으로 1만건을 밑돈 2016년 7월 이후부터는 매월 400건대에 머물렀다. 올해 들어서는 3월만 제외하고는 매월 일평균 진행건수가 500건 이상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단 2차례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확연한 증가세다.

이 같은 경매 진행물건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8월까지 40%대를 유지했던 낙찰률이 30%대로 낮아진데다 지난달 낙찰률은 32.6%로 2013년 12월(3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 부진의 여파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물건 증가세 지속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전국 최다 응찰자 물건은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소재한 한 아파트(207.8㎡)에서 나왔다. 해당 물건에는 무려 40명이 입찰에 참여해 최다 응찰자 물건에 등극했다. 감정가가 20억원이 넘는 고가의 강남 아파트로는 드물게 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낙찰가율은 감정가(26억원)를 훌쩍 넘는 28억9087만원을 기록했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2위 응찰자가 차순위 매수신고까지 했다는 점에서 이 물건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해당 물건은 수년 전 정밀안전진단 통과로 재건축 호재가 있는 데다 가장 넓은 평형이어서 재건축 시 아파트 두 채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응찰자 수 2위는 용인시 처인구 남동에 소재한 대지로 모두 34명이 응찰했다. 3번이나 유찰돼 최저가가 감정가 대비 많이 낮아진데다 처인구의 경우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관련 호재 등이 있어 응찰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3위 역시 강남권인 서초구의 아파트가 차지해 지난달에는 유독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