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제 발표에 시총TOP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요동
장비 국산화 미비···중소기업 생태계 ‘악화’ 의미
반도체 소재 국산화 없인 반도체 1위 자부심 쉽게 흔들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라는 자부심은 보기 좋게 무너진 것 같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소식에 시총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요동쳤다. 결국 코스피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 지수는 7월 들어 2100선 아래로 내리기도 했다. 그나마 정부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1조원씩 투자한다고 하면서 주가는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반도체 영향이 국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주가 요동의 원인은 역시 뿌리가 약한 데 있었다. 외풍에 한국 증시는 유독 많이 흔들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1등 자부심에 근거가 부족했던 것이다. 현재 반도체 장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터무니없이 낮은 상황이다. 이런 약점을 간파한 일본의 아베 총리가 정치적 보복과 선거 승리 고점을 잡기 위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을 옥죄겠다고 나섰다. 우리나라는 보기 좋게 당하고 있다. 

시장에선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 ‘실현 불가능하다’, ‘자유무역주의에 반한다’며 반발하는 모습이지만 결국 감정적 구호일 뿐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이뤘어야 했다. 일본에 대한 비판보다 자성의 목소리가 먼저 나와야 맞는 상황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마치 남이 밀어준 휠체어에 타놓고 반도체 언덕을 오른 격이었다. 지금은 휠체어마저 빼앗긴 것처럼 한국 증시가 당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시장 점유율은 3.6%에 그쳤다. 2010년 목표치는 13%였는데, 그 목표치 근처도 가지 못하고 점유율은 계속 하락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본 의존도는 갈수록 견고해질 수밖에 없었다. 

불안해진 정부는 2018년 2월에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을 모아놓고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을 2022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반도체 소재 분야 국산화율도 2022년까지 50%에서 7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행동은 일본의 규제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야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요동치자 당정청은 합심해 지난 3일 매년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1조원가량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주가의 변동성 확대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그 기업의 가치가 불분명하다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는 손실 부담 느낄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일본의 추가 제재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를 신뢰할 투자자가 있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이제는 단발성 대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도체가 국가 기강 산업이라고 생각한다면 대기업 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 소재 분야의 중소기업, 스타타트업을 키워야 한다. 일본 기업의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사실상 반도체와 관련해 대부분의 기술과 장비를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외풍만 불면 관련 대표 주들은 또 급락한다. 국내 증시 전체도 흔들린다.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를 지금까지 외쳤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그만큼 중소기업 생태계가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역시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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