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1조원대 비만·당뇨 수출 물거품···하루만에 주가 27.26% 내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사태 등 악재 연속
“올해 초와 달리 업종 전반적으로 투심 약화 모습 보여”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악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이어 코오롱티슈진의 신약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한미약품 신약권리 반환 등 부정적인 뉴스가 연달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영향에 이들 종목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주 전반적으로 투심이 약화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전날 대비 27.26% 내린 30만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 그래프=시사저널e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전날 대비 27.26% 내린 30만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 그래프=시사저널e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전날 대비 27.26% 내린 30만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29만9000원까지 내리며 2017년 5월 이후 처음으로 20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거래량도 78만1982주로 전날 대비 8202.03% 폭증했다. 

한미약품 주가 급락 배경에는 신약권리 반환 이슈가 있다. 한미약품은 전날 장 마감 이후 미국 제약업체 얀센이 한미약품의 비만·당뇨 치료제의 권리를 반환했다고 공시했다. 이 권리는 2015년 한미약품이 9억1500만달러(약 1조원)로 얀센에 기술 수출한 비만·당뇨 치료제의 개발·판권이다. 얀센은 신약이 임상 과정에서 예상보다 효능이 나타나지 않자 계약을 파기했다.

한미약품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신약 반환이 제약·바이오주에 주는 충격은 크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5조원대 신약 기술 수출 신화를 만들어 내며 제약·바이오주의 전성기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미약품 주가만 보더라도 2015년 초 8만원 수준에서 같은 해 11월 77만원대까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10배 가까이 급등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한미약품의 악재가 시장 분위기를 더 급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의약품 업종은 전날 대비 3.07% 내린 10089.07을 기록했다. 이는 그다음으로 많이 내린 종이목재 업종(-1.01%) 대비 2%포인트 넘게 더 내린 것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셀트리온헬스케어(-1.22%), 신라젠(-4.7%), 메디톡스(-3.16%), 셀트리온제약(-2.29%), 에이치엘비(-5.01%) 등 시총 상위 바이오주들이 동시에 약세를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제약·바이오 업종의 투심은 약화된 상태였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이라는 악재가 발행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코오롱그룹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인보사)가 의약품 성분이 뒤바꼈다는 이유로 보건 당국으로부터 품목 허가가 취소됐다. 이에 인보사 개발사이자 미국 내 허가와 판매를 담당하는 코오롱티슈진은 상장 존폐 기로에 놓였다. 

에이치엘비는 지난달 27일 표적항암제인 ‘리보세라닙’ 임상 3상 결과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에이치엘비는 긴급 기업 설명회를 열고 임상 3상이 실패가 아닌 지연이라고 주장했지만 주가는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밖에 올들어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신약 개발 중단에서부터 감사보고서 감사의견 거절까지 각종 악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제약·바이오주 업종의 투심 회복은 갑작스레 반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일부 악재에도 상승하는 종목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악재를 만난 종목이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내리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심지어 유한양행에서 1조원대 기술수출이라는 호재가 발생했지만 유한양행 마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투심이 얼어붙은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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