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적 구설수를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이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다. 시장에서 제품의 질과 상품성과는 상관없이 여러 이슈를 요란스럽게 화제화해 소비자의 이목을 끌어 판매를 늘리려는 마케팅 기법의 하나다. 부정적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입에 오르내려 그 상품에 대해 관심을 높혀 보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해당 상품에 독이 될까, 약이 될까?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자칫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도 있다. 지나친 노이즈 마케팅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비난을 받는 역효과를 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러는 의도적은 아니지만 외부 환경으로 상품의 잡음과 구설수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올여름 기대작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가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이 된 케이스다. 영화 완성도로 평가 받기도 전에 작품 외적인 요인으로 관객의 시선을 모은 셈이 됐다. 영화는 지난달 출연 여배우 전미선씨의 죽음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한 바 있다. 영화제작사 입장에서 보면 결코 좋지 않은 사건이 잇달아 터진 형국이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한글을 만든 세종과 그 창제 과정에 함께 했던 고승(高僧) 신미등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사극.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이하 신미평전)'의 원 저작물의 저작권을 갖고 있다는 도서출판 '나녹'은 '나랏말싸미'를 제작한 영화사 두둥과 조철현 감독, 투자·배급사인 메가박스중앙 등을 상대로 영화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에 대해 영화사는 '신미평전'이 영화 '나랏말싸미'의 원저작물이 아니라고 맞받았다.

법원에서 판결이 나든 그 전에 합의가 이뤄지든 영화가 정식으로 관객들에게 개봉되기 전에 구설수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흥행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 영화계의 반응이다.

현재 상영중인 액션영화 ‘존 윅 3: 파라벨룸’ 이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남성전용 시사회는 노이즈 마케팅였다. 롯데시네마는 ‘존 윅 3’ 개봉일에 맞춰 홈페이지를 통한 시사회 이벤트를 공지했는데, 글에는 ‘남자들만을 위한 시사회(GENTLEMAN ONLY)’ 제목과 함께 ‘롯데시네마가 선정한 ‘남성 취향 저격 영화’를 만나보는 남성전용 시사회입니다(동반인도 남성만 입장 가능합니다)‘라는 설명이 붙어 논란됐다. 이에 대해 “남성전용 문구 붙였다가 여성차별 논란 나오는 거 아닌지”등의 댓글이 달렸다. '나랏말싸미'과는 달리 의도성을 갖고 기획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독보적인 킬러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전 세계 암살자들과 대결하는 내용을 담은 블록버스터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아수라’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는 당시 ‘진정한 남자들만 먼저 만난다’는 홍보 문구와 함께 남성 전용 시사회를 열어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젠더 논쟁을 일으킨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화에서 마케팅의 비중은 갈수록 커가는 추세다. 영화를 만드는 것 만큼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용도 엄청나다. 영화 순 제작비보다 더 많은 경우도 허다하다. 시쳇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영화의 관객이 늘어 상영날짜가  연장되면 마케팅 비용은 더 증가한다. 그래도 이같은 선의 마케팅은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은 궁여지책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위해선 찬밥 더운밥 가릴 것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개봉되는 영화는 많아지고 그 만큼 홍보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어 영화 내용중 아주 미미한 것을 크게 부풀리거나 현 사회상황과 억지로 연관시켜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막말이라도 해서 유권자의 기억에 살아남으려는 정치판과 닮았다.

무릇 성공한 콘텐츠는 또 다른 스핀 오프를 생산해 수익을 다양화해 극대화한다. 흥행된 영화가 책으로 나오고, 잘 팔린 책이 영화되는 케이스다. 이번 '나랏말싸미'의 경우는 거꾸로 책 ‘신미평전’이 마케팅에 성공해 잘 팔릴 수 도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