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진출 원하는 기업이 인수?···“업계 상황 알면 쉽게 LCC 인수 뛰어들기 어려워”
에어부산·에어서울도 상황 좋지만은 않아···리스 만료 기간 근접한 항공기 9대
제주항공 품고 있는 애경그룹 관심 가질 가능성도···“에어부산, 에어서울은 분리매각 원할 것”

아시아나항공의 초기 인수전이 예상외로 조용하다. /이미지=최창원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분리매각'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 이미지=최창원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분리매각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통매각을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이지만, ‘인수자 요청 시 별도 협의’ 조항이 있는 만큼 분리매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일각에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단독 매물로의 가치는 상세하게 뜯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4일 금융권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위한 입찰 공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입찰 공고 이후 투자의향서 접수(예비입찰),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등의 절차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 측은 분리매각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업계선 채권단이 통매각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분리매각으로 생긴 매각대금이 아시아나항공에 유입되면, 부채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하면 4일 주가를 기준으로 에어부산의 시가총액은 3416억원이다. 44%가량의 아시아나항공 지분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매각가는 2500억~3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들이 아시아나항공과 별도의 매물로 나오더라도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선 항공업계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인수 의사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일부 항공업계 관계자 및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환율, 유가 상승 등으로 항공업계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고,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수요보다 공급이 늘어난 상황”이라면서 “막상 관련 문서들을 확인하면 쉽게 항공사 인수에 뛰어들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역시 항공업계 악재와 맞물려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기재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어부산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3년 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약 35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약 205억원으로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2016년 약 285억원에서 지난해 약 202억원으로 감소했다.

또 에어부산은 4일 기준 26대의 항공기를 운용 중이다. 이 중 25대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운용리스 항공기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이 리스한 항공기를 재리스 받는 형태로 항공기를 도입해왔다. 이를 통해 항공기 도입 비용을 소폭 줄일 수 있었지만, 올 1월부터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에어부산은 앞으론 직접 리스를 통한 도입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미 지난 5월 A321-200 1대를 직접 리스한 바 있다.

때문에 에어부산을 별도로 인수할 경우 인수자는 항공기 도입 비용을 현재보다 일정 수준 이상 더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존 항공기들의 리스 기간은 올해 말부터 2026년 11월 종료까지 다양하다. 만료 기간이 가까워진 항공기는 9대(2019년 말 4대, 2020년 5대)다.

에어서울은 확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업 확장에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에어서울은 인천공항에서만 운항 중인데, 슬롯 부족 등으로 인해 외연을 넓히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한중 항공회담 결과로 배분된 중국 운수권 역시 하나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한편,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이번 분리매각설(說)을 반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를 검토했던 애경그룹의 경우 에어부산 인수 시 압도적인 LCC 1위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대구와 부산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에어부산과 제주를 기반으로 무안을 비롯해 각종 지방 공항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제주항공이 합쳐질 경우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CC들의 매출액. /도표=이다인 디자이너
지난미 LCC 매출액 및 영업이익. 단순 계산으로 두 회사의 실적을 합하면 2조원에 가까운 매출액을 기대할 수 있다. /도표=이다인 디자이너

한 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에 가려져 도약할 기회를 많이 잃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분리매각 이야기가 돌고 나서 에어부산의 주가가 급등했듯, 시장과 두 회사는 개별 매각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부산의 주가는 지난 1일 이후 연일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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