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휴식, 홀리데이, 바캉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설레는 단어들이다. 지구 반대편에 살지만 휴가에 대한 열망은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호숫가에는 대부분 어린이 시설이 마련돼 있다. /사진=임성준

 

GLOBAL AUSTRIA

 

 

오스트리아는 한국과 달리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다. 합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매년 5주간의 휴가를 보장받고 이 중 2~3주를 여름 가족 휴가로 보낸다. 오스트리아는 서유럽과 동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국내든 국외든 갈 곳이 넘친다. 전국적으로 3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호수와 푸른 숲이 있어 그곳을 찾아 수영을 하거나, 보트나 자전거를 타고, 일광욕을 즐기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한국에는 할슈타트(Hallstatt) 호수가 잘 알려졌지만 현지인들은 트라운(Traun), 볼프강(Wolfgang), 뵈르터(Wörther), 노이지들러(Neusiedler) 호수 등을 찾는다. 호수를 따라 산책로나 놀이터가 조성돼 있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나라다 보니 산을 찾는 사람도 많다. 케이블카를 타고 2,000m가 넘는 산 정상에 올라가 트레킹을 하며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tvN <꽃보다 할배>의 출연자들이 구름 아래로 수채화같이 펼쳐진 자연을 보며 황홀해하던 샤프베르크(Schafberg)나, 할슈타트 호수 옆다흐슈타인(Dachstein), 그로스글로크너(Grossglockner), 칠러탈(Zillertal) 등이 트레킹 코스로 사랑받는 곳이다.

 

1. 바다가 그리운 오스트리아인들은 그리스, 스페인 등으로 떠난다.
2.린츠 여름 축제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사진=임성준

마을 전통 축제나 공연을 찾기도 한다. 여름 내내 야외 공연, 전시,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넘치는 곳이 바로 오스트리아다. 매년 쇤부른 궁전의 정원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여름밤 콘서트와 비엔나의 도나우인슬 축제, 잘츠부르크 음악 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큰 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 축제에 가더라도 오스트리아 전통 의상인 트라흐트(Tracht)를 입고 문화와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을 자랑하는 오스트리아지만 아쉽게도 바다는 없다. 그래서 바다가 그리운 이들은 이탈리아나 스페인, 그리스, 크로아티아, 터키 등으로 떠난다. 이들은 오스트리아 물가보다 저렴한 이웃 나라에서 태양과 바다, 싱싱한 해산물을 맘껏 즐긴다.

 

3. 태양을 만끽하는 사람들
4.호숫가에는 대부분 어린이 시설이 마련돼 있다. /사진=임성준

 

어디로 휴가를 떠나든 오스트리아인들은 햇볕을 사랑한다. 햇볕에 그을린 갈색 피부가 건강해 보인다고 여기는지라 대부분 햇볕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요즘에는 피부암 때문에 조심하는 사람도 생겼지만 여전히 탐스러운 갈색 피부가 될 때까지 태닝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에서는 햇볕에 탄 피부에 오이나 감자를 붙이지만 여기 사람들은 ‘토펜(Topfen)’이라는 연두부처럼 생긴 하얀 커드 치즈를 몸에 덕지덕지 바르며 피부의 열을 식힌다. 그러고도 다음 날이면 태양을 향해 다시 돌진한다. 굳이 휴가지가 아니더라도 맑은 날이면 햇볕 아래 몸을 맡기는 사람이 많다. ‘발코니언’도 그들 중하나인데, 햇볕이 잘 드는 발코니에서 먹고 읽고 쉬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다. 특히 아파트가 많은 도시에 발코니언이 많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책과 음료를 옆에 두고 햇볕을 쬐면서 2~3주간의 휴가를 여유롭게 즐긴다. 느리고 클래식한 일상의 모습으로 휴가를 즐기는 그들의 여유가 진정한 휴가가 아닐까.

 

글쓴이 임성준
워커홀릭의 생활을 내려놓고 ‘셀프 선물’로 떠난 스페인 카미노에서 인생의 반쪽을 만나 오스트리아 린츠 외곽에 정착했다.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의 현지 코디를 맡기도 했

 

 

 

우먼센스 2019년 6월호

https://www.smlounge.co.kr/woman

에디터 김지은  임성준 사진 임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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