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 협력 공인중개사 설문에 이어 건설산업연구원도 상승에 부정적
일반 구축까지 고가계약 이어지는 시장 상황과 사뭇 달라
유동성 풍부, 추가규제 가능성 등 상·하방압력 힘겨루기 팽팽

서울 강남구, 송파구의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송파구의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97㎡는 25억 원에 실거래 됐다. 이는 지난해 여름 동일평형이 23억2000만 원의 신고가 기록을 깬 것이어서 시장에서 큰 관심을 가졌다. 비슷한 시기에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27억 원에 손바뀜이 성사됐다. 지난해 거래된 최고가 28억3000만 원에 근접한 것이다. 두 단지 모두 강남구와 서초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강남3구에서는 최근 한달 사이 신고가를 돌파한 단지도 다수 나오며 더욱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고, 이른바 마용성이라고 불리는 마포, 용산, 성동구까지 번지는 추세다. 반면 시장 관계자 및 연구기관에서는 하반기 서울 부동산 시장에 대해 상승은 불가하다며 하락 또는 보합을 예상하고 있다. 전문기관의 발표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인지, 조사치대로 상승흐름을 탄 현재 분위기는 규제강화 속 마지막 반짝 불꽃쇼에 불과한지 향후 부동산 시장 전개에 관심이 쏠린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하루 전인 지난 3일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부동산이 일부 지역에서 가격흐름의 변화가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 가능성이 커졌지만 경기 악화에 따른 가계 지불능력 위축으로 신규수요 유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면서 하반기 수도권 매매가격은 0.5%, 지방은 0.9%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하락장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중장기적 리스크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앞서 하반기 서울 부동산 시장 상승세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문조사도 나온바 있다. 한국감정원이 협력공인중개사 6000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주택시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68.7%가 보합을 점쳤다. 심지어 응답자의 12%는 하락을 예상해 응답자 전체의 80% 이상이 상승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기관 뿐 아니라 주택시장 최전선에 있는 중개업자의 조사결과까지 현재 시장 분위기와는 달라 의아하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시장은 냉랭했던 그간의 분위기와 달리 온기가 돌면서 이미 매도자 우위시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65.5를 기록해 전주(57.5) 대비 대폭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첫째주(67.2) 이후 32주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규제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재건축 규제는 서울시의 매물의 희소성을 높이면서 강남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불러왔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규 분양단지 분양가를 최근 분양단지의 110%를 넘지 못하게 한 규정을 100~105%를 넘지 못하게 더욱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올해 분양 예정이었던 단지들은 후분양제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공급 위축으로 인한 아파트 가격 상승 우려도 잇따랐다.

이같은 이유로 상당수 투자자들은 추격매수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일부는 조사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며 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KB부동산 리브온 관계자는 “경기활성화를 위한 국내 인프라 투자 필요성이 존재하므로 시중 유동성 증가는 부동산 시장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저금리 지속에 따른 유동성 증가는 실물자산에 대한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다시말해 장기 성장 둔화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산이 주택분양시장이나 상업용 부동산 등 대체자산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추가 정책변수, 공급물량, 주택구입비용 부담 확대 등 하방압력에 따른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상·하방 압력 모두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시장 방향성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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