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정규직화·처우 개선” 촉구
같은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파업 돌입···3일간 파업 예고
文정부 정규직화 정책 시행 2년 후 개선없어 반발···“범정부 노정 교섭 틀 필요” 주장

“충북 지역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육 분야 노동자다. 우리들이 오늘 파업을 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우리들도 힘이 나서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린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다른 직종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간제로서 불안한 고용 상태에 있다. 나도 두 아이의 학부모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도 언젠가 노동자가 된다. 그렇기에 투쟁을 한다.” (김아무개씨 45세)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우리는 사회 유지와 관리에 없어선 안 될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없앤다고 했다. 정부 정규직화 정책 발표 후 2년간 참았다. 그러나 여전히 비정규직은 넘쳐나고 임금 차별과 불평등도 크다. 그래서 파업에 참여했다.” (이아무개씨 47세)

3일 학교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5만명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총파업 집회를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3일 학교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5만명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총파업 집회를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학교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5만명(주최측 추산)이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경복궁 광화문 앞부터 세종대왕상을 지나 이순신 동상까지 큰 길을 가득 메웠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역대 최대 규모의 파업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이날은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4만여명(노조측 추산)이 파업에 참가했다. 이들은 3일 간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학교에서 급식, 돌봄, 특수교육분야, 교무실, 행정실, 과학실, 전산, 상담실, 유치원, 청소, 경비 등 100여개의 업무를 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전체 인원은 2017년 기준 약 38만명이다. 전체 교직원 88만5000여명의 43.1%를 차지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규모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많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무기계약직, 계약직, 기간제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최저임금과 고용 불안 상태에 놓여 있다. 배동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학교 비정규직 가운데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이란 점에선 고용은 일부 안정됐다”면서 “그러나 학교의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인 교원, 공무원 등 임금의 평균 60~70% 수준의 차별적 처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 국장은 “복지도, 각종 수당도, 교육, 연수 등에도 차별을 받고 있다. 무기계약직도 못 되는 계약직, 기간제 등 또 다른 학교 비정규직들은 학기말, 학년말이면 해고될까 두려움에 떤다. 이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율은 10%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학교의 강사 직종들은 ‘이유 없이’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제외됐다. 청소, 당직(야간경비), 시설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으로 전환됐지만 ‘특수운영직군’이라는 별도의 직군을 만들어 취업규칙도 별도로 적용받고 있다. 이중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연봉 2500만원 이하 저임금을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유형2’ 직종의 경우 기본급은 164만2710원으로 최저임금 월 환산액 174만5150원보다 적다.

특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면서 연간 81만4000원(월 6만7840원)의 불이익을 봤다고 주장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수당제도에 있어서도 차별이 있다. 정규직 공무원은 명절휴가비로 90만원~173만원씩 연 2회 받는다. 비정규직은 50만원씩 2회 받는다. 정기상여금의 경우 정규직은 평균 200만원, 비정규직은 100만원을 받았다.

이에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조합원들은 ▲전 직종 기본급 6.24% 이상 인상 ▲정규직대비 근속급 차별해소(근속수당 인상, 근속수당가산금 신설) ▲복리후생 처우 차별해소 ▲직종별 처우개선과 전 직종 각종 수당 및 기본급 인상 동일적용을 요구했다.

다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용자인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정부는 전년 대비 기본급 1.8% 인상 외에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물가 인상률을 봤을 때 사실상 동결과 다름 없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로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을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대선 공약으로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올려 차이를 줄이겠다고 했다.

각 시도 교육감들도 공약으로 처우 개선과 차별 해소를 밝혔었다. 경남·세종·인천의 경우 처우개선과 수당 차별 해소, 광주는 교직원 임금의 80% 수준 인상 인상을 약속했다. 이 외에 시도 교육감들도 비슷한 내용의 공약을 걸었다.

배동산 국장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인 교육공무직의 법적 근거마련을 통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교육청 집단교섭에서 교육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에서는 ‘범정부적 노정 교섭구조 틀’을 요구했다. 현재 공공부문 1464개 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정규직 전환 추진 상황, 처우, 노동조건이 모두 제각각이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부 간 범정부적 노정 교섭 틀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은 고용부, 문체부 등 각 부처별로, 각 공공기관별로 각각 정부와 노조가 교섭하고 있다. 이는 한계가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전체 예산 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기재부와 행안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범정부적 차원의 노정 교섭 테이블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청와대의 결단이 필요하다. 2017년 7월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을 밝힌 청와대와 정부가 이번 파업을 계기로 어떠한 입장 변화가 있을지 주목 받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외침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파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의 계기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3일 학교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5만명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총파업 집회를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3일 학교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5만명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총파업 집회를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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