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단계 공사 후 1.5㎞ 추가 공사 예정···인도 넓혀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
기존 재편 구간 일부 점포 물품 내놓고 통행 방해···차량 통행 여건 악화는 '숙제'

2일 서울 퇴계로 인근 인도의 모습.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인도에 세워져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서울 퇴계로 남대문시장 인근 모습.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인도에 세워져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서울시가 시내 차로를 줄이고 보행로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도로 재편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보행자의 편의성이 증대됐다는 호평이 있는 반면, 교통 체증 및 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한양도성 안 도로는 지난 2017년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차량 위주의 공간에서 보행자 중심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퇴계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회현역에서 퇴계로2가에 이르는 총 1.1km 구간의 개선 공사를 완료했다.

서울역에서 퇴계로 방향 차로 1~2개를 없애고 보도 폭을 확대했다. 기존 폭 2.4m 인도는 11.3m로, 3.3m 보도는 18.1m로 각각 넓어졌다. 전력기기, 분전함 등 보도 위에 설치돼 통행에 지장을 줬던 시설물은 한곳에 모아 넣거나 지하에 이설했다.

시는 이같은 보행자 친화적인 도로 조성이 긍정적이라 판단, 총예산 93억원을 투입해 퇴계로2가에서 광희동까지 총 1.5km 2단계 구간도 걷기 편한 거리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일 발표했다.

보행자 중심으로 바뀐 퇴계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기자는 지난 3일 퇴근시간대에 퇴계로 해당구간을 직접 답사해 개선할 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서울 충무로역 인근 퇴계로 2단계 구간. 지하철 환풍기가 인도 위로 튀어 올라와 있어 통행에 방해를 주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서울 충무로역 인근 퇴계로 2단계 구간. 지하철 환풍기가 인도 위로 튀어 올라와 있어 통행에 방해를 주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사업 완료된 퇴계로 1단계 구간 살펴보니

전체적으로 퇴계로 1단계 구간의 인도는 2단계 구간에 비해 폭이 넓어 시야가 좀 더 시원해 보였다. 다만 남대문시장과 명동 등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재편 사업 완료가 1년여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저분한 곳이 종종 보였다.

남대문시장 인근을 살펴봤다. 이곳은 전력 지상기기 8개소를 지중화해 보행공간을 넓히고 가로수를 심고 거리 가판대 디자인을 정비해 공사 이전보다 도로가 확실히 쾌적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장 인근임에도 퇴계로 인근 점포 대부분은 인도에 물건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다만 일부 점포 주인은 물품을 보도의 절반 가까이까지 내놓아 통행에 방해를 주고 있었다. 일부 보도에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세워둬 보행로 확대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었다.

명동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명동 인근은 공사 이전엔 1단계 구간 중 보도 폭이 가장 좁은 지역이었다. 유동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보도 폭을 넓혀도 북적였다. 하지만 이것도 확장 이전보다는 통행이 한결 수월해진 것이라고 한다. 인근 한 상점 주인은 “예전엔 역 출구 근처는 줄을서서 다닐 정도”라며 “지금은 공사 이전 보다는 사람들 다니기가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2단계 구간인 충무로역 인근으로 이동했다. 전력지상기기와 지하철 환풍구, 노점상 등으로 인해 1단계 구간보다 인도가 확실히 어수선해보였다. 보행자 수는 충무로역 인근은 다소 많았지만 광희동 방향으로 갈수록 줄어들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서울 퇴계로 도로 재편 1·2단계 사업 구간.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인도 넓히려 차량 축소···교통체증 괜찮을까

시는 1단계 공사에서 보행로를 확장하기 위해 차로를 축소했다. 그러다보니 공사 당시 도로 재편으로 인한 교통체증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충무로역과 명동역, 회현역, 서울역에 이르는 구간을 버스를 타고 살펴봤다. 명동역 인근, 회현역 인근 서울로7017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도로가 좁아지면서 다소 더뎌졌지긴 했지만 퇴근시간임에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교통흐름이 원활했다. 반대편 차선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만 이 구간을 자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교통 체증이 심해졌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충무로역 인근 언론사에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서울역에서 퇴계로를 거쳐 회사에 출근하는 데 확실히 서울역 고가차도 공사 이전에 비해 차량 흐름이 더뎌졌다”고 말했다.

퇴계로 2단계 구간도 차로가 축소된다. 왕복 6~8차로를 왕복 4~6차로로 차로수와 폭을 줄이는 대신 기존 1.2~3m 정도의 보행공간을 6m까지 넓힌다.

차로축소 방안은 양측 하위 1차로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공간을 확보한다. 서울시는 차량 통행불편을 줄이기 위해 기존 유턴, 좌회전 차선이 있는 구간 등 기존 신호체계를 최대한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시 측은 “특히 물품하역으로 차량 정차 등이 불가피한 진양상가, 오토바이상가, 애견용품점 밀집지역 구간에는 조업정차공간 5개소 10면과 이륜차 1개소 10면을 만든다”며 “버스정류소 부근은 버스가 정차하기 쉽도록 보도측으로 들어간 버스베이 공간을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여유공간을 활용해 자전거도로와 조업정차 공간을 조성한다. 차도를 건너려면 먼거리를 우회해야했던 진양상가 앞에는 횡단보도를 신설한다. 대기질 개선을 위해 가로수도 추가로 심는다. 광희동 사거리의 교통섬은 소규모 공원화 한다.

서울시 보행정책과 관계자는 “퇴계로 2단계 구간 공사 이후 신당동 방향은 시속 1~2km, 명동역 방향은 시속 1.6~1.8km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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