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창동 등 동북권 지역, 계획 발표 이후 아파트값 요동
서울시, 서북부 ‘수색역세권’ 개발도 본격화···“호가 오르면서 집주인들 매물 거둬”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집값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서울시가 조 단위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줄줄이 내놓고 있어서다. 수혜 지역에서는 아파트값이 한 달 새 수천만원 뛰었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서울시의 개발계획들이 간신히 안정된 서울 집값을 다시 들쑤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계동·창동, 동북권 대규모 개발 수혜···한 달 새 5000만원 오른 곳도

3일 시사저널e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소재 ‘미성아파트’ 전용 50㎡는 5월 4억3000만원에 실거래된 이후 지난달 4억79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한 달 새 5000만원가량이 오른 셈이다. 인근에 위치한 ‘삼호3차아파트’는 전용 59.22㎡가 지난달 13일 5억45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월계동의 북쪽에 위치한 창동 일대도 상승세다. 지하철 1호선 창동역 인근 ‘북한산아이파크5차’는 전용 84㎡가 전달 대비 3000만원 오른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주공19단지’(창동리버타운) 전용 68.86㎡은 지난달 5억9400만원에 신고됐다. 이는 종전(3월) 신고가보다 3400만원가량 상승한 금액이다.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이들 지역이 상승 흐름을 타는 이유는 서울 동북권 지역의 핵심 개발사업들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최근 서울시는 굵직한 대형 개발사업 계획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집값 안정화에 혈안이 된 정부와 마찰을 빗지 않기 위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서울 부동산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선 틈을 타 묵혀놨던 개발사업들을 하나둘 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강남권 대신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강북권 개발에 먼저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발표된 사업은 ‘창동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사업’이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지난 5월 9일 민간 사업자 공모 절차에 돌입하며 본궤도에 올랐다. 사업비는 4000억원 규모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창동역 인근 약 5만㎡ 규모의 시유지에 최대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아레나는 서울시가 계획하는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구상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이곳에는 대형 공연장을 비롯해 2000석 규모의 중형 공연장과 대중음악 지원시설, 영화관 등이 함께 들어선다. 2024년 개관이 목표다.

이어 서울시는 서울 동북권 최대 프로젝트로 불리는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도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사업비만 2조원에 달하는 이 사업은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일대에 최고 49층 높이의 건물과 함께 숙박과 상업, 공동주택 등을 복합화하고 문화 및 집회시설, 벤처 및 창업지원센터 등을 조성하는 게 주요 골자다. 서울시는 지난 5월 22일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토지소유주인 코레일과 본격적인 사전 협상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하반기까지 사전 협상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2021년에 착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서북부권에선 ‘수색역세권 개발’ 본격화···“발표 후 호가 2000만~3000만원 올라” 

서울시는 서북권에서도 개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18일 코레일과 ‘수색역세권 개발사업’에 대한 기본구상 수립 및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양측이 추진하는 수색역세권 개발사업은 수색교-DMC역 주변 부지 22만㎡를 개발해 글로벌 문화복합중심지구로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는 업무공간·상업시설과 함께 은평구에 없는 컨벤션센터·예식장·호텔 등 문화관광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또 상암과 수색 지역을 연결하기 위한 입체적 보행로를 조성하고, 환승이 불편한 경의선과 공항철도 DMC역사 철도 상부 연결 등을 진행한다.

수색역세권 개발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인근 지역 아파트는 호가가 수천만원이 뛰었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수색역 인근 D부동산 관계자는 “서울시 발표 이후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올랐고, 매물이 다시 들어가고 있는 추세다”며 “정부 규제로 지난해 말부터 시세가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조만간 회복하고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수새역세권 개발사업 호재로 인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필요한 개발이라도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집값이 또다시 들썩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이 규제로 막힌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대신 대규모 개발이 예정돼 있는 지역으로 몰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또 서울시가 개발사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만큼, 앞으로 진행될 다른 개발지 주변 집값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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