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대외여건 악화로 투자, 수출 어려운 상황”
핵심은 감세 활용한 투자 세제 인센티브 3종세트···“기업들 적극 투자 기대”
투자세액 연장 방안, 적용확대 시행령 개정으로 하반기 경제에 큰 도움 못 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 참석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 참석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세계 시장에서의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수출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결국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정부는 심각한 투자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을 상대로 각종 세제 유인책을 내놓았는데, 단기적 세제지원은 경제 개선의 임시적인 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빠져 투자 활성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3일 정부는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 악화로 투자와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대한의 정책 노력을 통해 성장과 고용의 하방리스크를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2.7% 수준으로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 전망과 달리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경제 상황 여건이 여전히 열악하자 정부는 결국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수출 또는 투자부진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획재정부 측은 “세계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경제 특성상 수출이나 투자부진이 심화된 부분이 반영돼 성장률 목표치를 낮췄다”며 “글로벌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더 심하게 진행되는 부분과 미중 무역갈등이 확대되고 장기화될지, 조금은 둔화되거나 완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기업 투자 위해 투자 세제 인센티브 3종세트 시행

이날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감세를 활용한 투자 세제 인센티브 3종세트가 핵심적으로 담겼다. 규모는 총 1조166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심각한 투자 부문을 극복하기 위해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들이 하반기에 적극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세제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우선 정부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세액공제’와 ‘안전시설 투자세액공제’를 각각 2021년까지 연장한다. 공정 개선·자동화 등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특정 시설 또는 산업재해 예방과 내진 보강, 기술 유출 방지 등 안전시설에 투자하면 투자액의 일부를 법인세에 공제해주는 제도다.

적용 대상도 확대한다. 현재 생산자동화 공정개선 시설과 반도체 제조 첨단시설 등은 제한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생산성 향상투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시설에 물류산업 첨단시설, 의약품 제조 첨단시설을 추가하기로 했다.

여기에 내수 확대를 위해 15년 이상의 노후차를 경유를 제외한 신차로 바꿀 때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하기로 했다. 지금은 10년 이상이 지난 경유차를 신차로 바꿀 때만 개소세가 70% 인하된다.

앞서 정부는 경차를 제외한 승용차에 매기는 5%의 개소세를 3.5%로 인하한 조치를 두 차례 연장해 올해 말까지 적용하도록 했다. 수소차를 살 때 400만원 한도에서 개소세를 0%로 감면하는 조치도 올해 말에서 2022년 일몰 연장한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15년 이상 노후차에 대한 개소세 인하 조치를 6개월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15년 이상 노후차는 경유차 173만대를 포함해 약 351만대 정도인데, 정부는 개소세 한시 인하로 세수가 56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 자료=기획재정부, 표=조현경 디자이너
3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 자료=기획재정부, 표=조현경 디자이너

아울러 정부는 세액공제를 받는 안전시설도 확대한다. 기존 도시가스(LNG) 공급시설, 유해화학물질시설 등에서 송유관 및 열수송관, 액화석유가스(LPG) 시설도 추가할 예정이다. 또 생산성 향상투자에도 1년간 세액공제율이 상향 조정된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은 1%였던 공제율을 2%로 올리고, 중견과 중소기업은 각각 3%에서 5%, 7%에서 10%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비용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속상각제도 인정 범위를 생산성 향상시설, 에너지 절약시설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올해 하반기에 한해 가속상각 허용 한도도 50%에서 75%로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 초기에 감가상각 인정률을 높이면 투자금이 발생한 시점에 법인세 납부액을 절감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신속한 행정처리 및 이해관계 조정 등을 통해 8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 프로젝트도 지원한다. 경기 화성시에 놀이동산과 워터파크, 호텔, 쇼핑몰 등을 짓는 복합 테마파크(4조6000억원) 조기 착공, 충남 서산시에 있는 대산산업단지에 석유화학단지를 건설(2조7000억원)을 성사하기 위해 공업용수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안에 착공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도 공공주택과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중심으로 올해 투자액을 1조원 이상 늘린다. 반도체·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 시설자금 등에는 대출·보증을 비롯한 정책금융 규모를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한다.

이억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날 국회에서 “경기가 어려우니 준비하고 있는 투자가 있더라도 결정을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지원해야 기업의 내부 의사 결정 과정에서 투자 시점을 좀 더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약 1조1100억원의 세금 감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이 제도를 통해 약 5800억원의 세금이 감면됐는데, 여기에 공제율 상향에 따라 5300억원 가량이 추가 감면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올해 들어 경영실적 악화, 수출부진 영향 등으로 기업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투자부진이 심화되면서 민간부문의 활력도 저하되고 있다”며 “투자 분위기 확산을 위해 민간·공공부문의 투자여력을 총동원했다”고 역설했다.

◇정부, 세제 지원 카드 꺼냈는데···당장 효과 볼지는 미지수

다만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세제 지원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자세액 공제율 향상과 일몰 예정인 세제를 연장하는 방안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항이다. 적용대상 확대 또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 세제인센티브는 세금 감면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는 최대 6000억원에 불과하다. 기업 투자 프로젝트도 실제 투자가 시작되는 시점이 내년 이후여서 올해 성장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0.4%) 등을 고려해 2.5%의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선 정부가 경제 성장률을 0.2%포인트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와 관련한 정책 방향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긍정적이지만, 대부분 단기적이라 현재 기업들의 투자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며 “기업은 노동비용 상승으로 장기적인 수익 악화를 예상하고, 투자를 위축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정부가 이번 내놓은 정부 대책이 큰 효과를 보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이미 투자를 결정했던 기업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대부분의 기업에겐 정부의 한시적인 대책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견기업연합회 측은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세액 공제율 상향, 가속상각제도 6개월 한시 확대 등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세제 인센티브 제도는 우선 환영할 만하나, 기업의 시설 투자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 경영 전략 아래 추진되는 과제임을 고려할 때 공제율의 폭과 적용 기간을 전향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속하고 실효성 있는 관련 입법을 위해서는 기업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와 적극 소통해야 한다”며 “정부의 세분화된 정책 노력은 물론 중요하지만 경제 회복에 필수적인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유도, 견인하는 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환경 아래에서 자발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하방리스크 대응과 민간 일자리 창출 여력 확충을 위해 투자 활성화에 최우선을 두겠다”며 “가계부채, 미중 무역갈등과 같은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대응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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