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국토위·산자위·예결위 상임위원장 자리 두고 내분
지난해 12월부터 공전 거듭한 국회···민생경제는 ‘뒷전’·‘잇속 챙기기’에 비판 목소리

여야가 6월 국회 일정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둔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자당(自黨)몫 외교통일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위원회 등 상임위원장을 2명의 의원이 1년씩 돌아가며 맡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중 국토위‧산자위원장을 각각 맡고 있는 박순자(국토위)‧홍일표(산자위) 등 의원들이 ‘산적한 현안 처리’를 이유로 위원장직을 당장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재원 의원은 예결위원장 자리를 두고 차기 위원장으로 예정됐던 황영철 의원과 경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차기 위원장들은 현(現) 위원장들이 지난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 비판하면서, 내분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당 안팎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 4월부터 국회 등원을 거부해왔던 한국당 의원들이 복귀하자마자 ‘밥그릇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임위원장은 ‘국회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린다. 상임위원장은 상임위의 의사일정, 법안상정 등을 결정하고, 피감기관 등을 상대로 업무보고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또한 특수활동비도 매달 1000만원씩 지급받기 때문에 매 국회 때마다 상임위원장을 결정할 시기에 3선 이상 중진 의원들 간의 경쟁은 치열했다.

상임위원장에게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 만큼 의원들 간 경쟁이 있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현재의 국회 상황에서 이번 내분은 전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사실상 공전을 지속해왔다. 게다가 지난 4월 이른바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에는 본회의조차 한 번 개최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산적한 민생경제 법안들은 처리되지 못했고, 해당 상임위에서의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민생경제는 뒷전으로 미뤄둔 상황에서, 국회 정상화 합의 서명이 마르기도 전에, 상임위원장직을 둔 내분이 일자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더불어민주당),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자유한국당), 홍경준 바른미래연구원장(바른미래당), 천정배 민주평화연구원장(민주평화당), 김정진 정의정책연구소장(정의당) 등 여야 5당 정책연구장은 2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미래연구원과 ‘싱크넷’을 구축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국회 신뢰도 제고 방안 연구’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바닥으로 추락한 국회의 신뢰도를 올리기 위해 각 정당의 싱크탱크가 힘을 모아보겠다는 취지다.

정치권에서 철저한 자기반성과 함께 신뢰도 제고 방안을 모색해보겠다는 노력을 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밥그릇 챙기기’와 같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가 지속되는 이상 아무리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 연구를 진행해도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제고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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