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박찬구의 금호석유화학, 대외 악재·업황 부진 속 돋보이는 성적표
3개월 만에 존재감 사라진 박삼구···금호아시아나, ‘아시아나’ 떼고 중견기업 추락 예고
“계열 분리 후 최근 10년새 박삼구-박찬구 형세 완전히 역전”

박삼구(사진·왼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박찬구(사진) 금호석유화학 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박삼구(왼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고(故) 박인천 창업주의 유언에 따라 형제 간 세습 체계를 유지했다. 이를 무너뜨린 이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그는 그룹을 독식하고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에 물려주려 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박 전 회장과 대립하며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이 두 사람의 선택이 빚어낸 결과의 차이는 매우 크다.

박삼구 전 회장은 급격히 악화된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에 책임을 지고 지난 3월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불과 3개월여 만에 재계에서 존재감이 빠르게 사라져버린 상태다. 반면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이 업황 부진 속에서도 긍정적인 성적표를 속속 받아들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재계에서 주목받는 총수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2일 업계 등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2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둔화되며 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낀 것과 사뭇 대조되는 행보다. 증권가는 금호석유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이 최대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내외 악재로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 등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지닌 화학업체들의 동반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독 금호석유화학만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데 대해 업계는 그간 꾸준히 주력으로 삼아 온 합성고무 부분이 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시에 박찬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이 더해져 이 같은 성적표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한통운·대우건설 등의 무리한 인수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기를 촉발했는데, 이는 동시에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 간 갈등의 불씨가 됐다”며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법정관리까지 받게 됐고, 무리하게 그룹을 재건하려다 박 전 회장마저 자리에서 ‘자의 반 타의 반’ 물러나게 된 것 아니냐”며 박찬구 회장의 판정승을 시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이원태 부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사실상 중견기업으로의 전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의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한다. 오너 일가에 대한 불신이 지대하다는 이유에서다. 채권단도 이 부분을 상당히 경계하는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 박 전 회장의 장남 박세창 사장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박 전 회장 일가가 향후 그룹 정점을 차지하게 되더라도 그룹 자산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 이후 중견기업으로 전락한 상태에서의 복귀이기 때문에 재계에서의 영향력은 선대 회장들 때와는 달라질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인생사 새옹지마 아니겠느냐”며 “그룹을 차지해 새 주인이 될 것이라 점쳐졌던 박삼구 전 회장 일가는 무리한 재건 의지와 안일한 경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 반면, 애초부터 이를 반대하고 주력분야에 성실히 매진해 온 박찬구 회장에 대한 평가는 최근 10년 새 완전히 역전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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