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약 1위 품목 ‘머시론’, 종근당 마케팅력으로 바이엘 ‘야즈’ 추격···향후 시장 전망은 엇갈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사전피임약 시장에 종근당이 가세하며 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사전피임약 중 일반의약품 1위인 머시론 유통을 맡은 종근당은 시장 1위인 바이엘코리아 야즈를 추격할 태세다. 상위권 품목 순위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전피임약 시장에서 변화가 발생할지 주목된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최근 알보젠코리아와 초저용량 경구용 사전피임약 머시론에 대한 국내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머시론 판매에 돌입했다.

알보젠코리아는 머시론 허가와 수입을 책임진다. 이번 계약에 따라 종근당은 국내에서 머시론을 독점 유통하며, 약국에서 영업과 마케팅 활동을 담당하게 됐다. 알보젠코리아와 종근당의 계약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머시론은 당초 지난 2000년부터 유한양행이 유통을 담당한 품목이다.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06억1800만원 판매고를 기록하며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이 품목은 2015년 92억5900만원, 2016년 96억8400만원, 2017년 99억6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지난해에는 99억75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해, 연매출 100억원 안팎의 품목으로 꼽힌다.  

이에 종근당은 기존 여성용 일반약과 머시론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기존 품목으로는 생리통 진통제 펜잘은 물론 생리전증후군 치료제 프리페민, 빈혈치료제 볼그레, 갱년기치료제 시미도나, 임산부 영양제 고운자임맘 등 탄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도매업체보다는 직거래 약국을 늘려 회사 영업사원이 직접 약국을 방문해 약사들을 대상으로 머시론 영업을 진행하고, 전국적으로 심포지엄도 개최해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처럼 기존 유한양행에 이어 새롭게 머시론 판매를 담당한 종근당의 가세로 사전피임약 시장에서는 특히 일반약을 중심으로 국내 제약사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사전피임약 시장의 1위 품목은 바이엘코리아 야즈다. 지난해 126억5500만원 매출을 기록한 이 품목은 대부분 사전피임약과 다르게 전문의약품이다. 머시론은 사전피임약 중 일반약에서 부동의 1위 품목으로 꼽힌다. 이어 동아제약 마이보라가 지난해 4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2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일동제약이 판매하는 에이리스, 광동제약 센스리베, GC녹십자 디어미, 동아제약 멜리안, 현대약품 라니아·보니타 등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사전피임약에 대한 제약사들의 도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머시론 유통권을 종근당에 넘긴 유한양행은 지난달 19일 머시론 제네릭인 센스데이를 시장에 내놓았다. 지난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던 센스데이는 갑작스럽게 출시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은 센스데이가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동국제약도 지난 3월 사전피임약 릴리애정의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스페인 제약사가 제조하는 릴리애정에 대해 동국제약은 출시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국내 사전피임약 시장 규모가 200억원대 규모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시장 확대나 변화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일반약에 강점을 갖고 있는 제약사가 진입하더라도 시장에서 뚜렷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정확히는 종근당이 추가로 진입한 것이 아니라 유한양행에서 종근당으로 대체된 것이고, 동국제약도 쉽게 의약품을 수입하지 못하는 상황은 시장 규모와 상위권 품목 구도가 일단 고정돼 변화가 적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반면 당장 급격한 변화는 적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사전피임약 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낙태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후피임약을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변경하는 것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며 “안전하고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사전피임약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만큼 시장은 커질 것이고 영업을 활발히 하는 제약사가 우위를 점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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