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0.85%↓, SK하이닉스 2%↑
일본 규제 소식에 국내 반도체 중소형 소재주 오름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일본 오사카 인텍스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 세션3(주제 : 세계경제, 무역투자) 시작 전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일본 아베 총리. /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산업을 정조준했지만 반도체 업종의 주가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타격이 클 것으로 예측됐던 삼성전자 주가는 소폭 떨어지는 데 그쳤고 SK하이닉스 주가는 반대로 오름세를 보였다. 업계에선 일본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한국 수출 규제로 일본 기업들이 역(逆)피해를 받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국내에선 반도체 소재 제품의 국산화 주장으로 관련 소재주가 강세를 보였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일본산 소재를 공급받는 기업들의 주가는 소폭 하락하거나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일 일본 정부의 반도체산업 주요 소재들에 대한 규제 소식으로 큰 폭 하락이 예상됐지만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날 주가는 전날보다 0.75% 내린 4만6250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올랐다. 지난 1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0.72% 올랐던 주가는 이날 2% 오르면서 7만1400원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전 거래일과 같은 1만7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일 일본 정부는 오는 4일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공정용 레지스트와 에칭가스 등 총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고 밝혔다. 모두 일본 업체들이 세계 수요의 70~90% 가량을 공급하고 있어 국내 업체로선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동안은 필요할 경우 언제든 수입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계약 건당 최대 90일에 걸쳐 허가와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이번 조치가 오히려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업체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악의 경우 국내 반도체 제조사의 단기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겠지만 현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수급은 공급 과잉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이슈로 국내 제조사가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차질을 빌미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번 일로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의 자국산 소재 비중 확대 계기와 국내 소재 업체의 중장기 국산화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번 규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일본 소재 업체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생산량 1위인 한국 기업들에 이들 재료를 수출하지 않을 경우 일본 소재 기업이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시바·샤프·JDI 등 일본 업체는 이미 경쟁력 상실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여력이 없는 반면, 국내 제조사와 소재 업체들은 일본의 수입 심사 기간을 견딜 재고를 보유한 상황이라 일본 업체들의 손실이 더 빨리 발생하리라는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보도된 대로 수출 규제 조치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일본 소재 업체들의 입장에서도 실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애플·HP·델 등 미국 주요 업체들의 피해도 불가피해져 일본 정부에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선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따라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반도체 중소형 소재주들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참에 장비나 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에프에스티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99%, 솔브레인은 4.55%, 동진쎄미켐은 2.95%, 대덕전자는 2.30% 올랐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은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를 (한국 정부) 길들이기용·협상용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적으로 일본 뉴스보다 무역 갈등 완화를 암시하는 트럼프의 발언이 반도체 대형주의 투자심리에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