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비공개 간담회서 주문···산별교섭 고려 방침 직접 제시는 이례적
국립대병원들, 여전히 “자회사 방식” 입장 고수···병원측 “산별교섭 방식 의문”

지난 6월 26일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과 직접고용을 주장하며 공동파업을 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지난 6월 26일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과 직접고용을 주장하며 공동파업을 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전국 14개 국립대병원장들을 직접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방침과 관련해 ‘직고용 우선 원칙, 조속한 정규직화, 산별교섭 고려’ 등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립대병원들은 정부 방침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노사 간 갈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일 복수 취재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박 차관과 14개 국립대병원장들의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 박 차관이 원장들에게 공공부문 정규직화와 관련, ▲직고용 우선 원칙 ▲조속한 정규직화 ▲산별교섭 고려 등 세가지 방침을 제시했다. 

이날 교육부 차관이 국립대병원장들과 직접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 이러한 방침을 전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부 차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와 관련해 국립대병원 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전에도 교육부는 공문과 실무자 차원에서 국립대병원들에 대해 파견용역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직접고용 원칙을 강조한 바 있었다. 그러나 국립대병원들은 다른 병원들이 직고용 정규직화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서로 눈치를 보며 정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특히 이날 박 차관은 처음으로 산별교섭 방식을 제안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개별 병원 차원에서 노사 교섭을 하면 속도가 나지 않으므로 산별 교섭을 통해 정규직화를 빠르게 하라는 것이다.

전국 14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등 3개 산별 노조에 나뉘어 속해있다.

14개 국립대병원 개별로 노사가 정규직 전환 방식과 임금 체계 교섭을 하는 것보다 3개 산별로 하는 것이 속도가 날 수 있다.

의료연대본부와 보건의료노조 등은 이러한 산별 교섭에 대해 동의했다. 3개 산별 노조가 직접 고용의 원칙에 동일 입장인 만큼 나머지 임금 체계 등은 산별로 노사 합의에 따르면 된다는 의견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정규직과 별도의 임금체계를 하자는 데 병원 측과 합의했다. 다만 의료연대본부는 정규직과 같은 임금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임금 체계에 대한 산별 노조 입장은 다르지만 각 산별로 교섭 결과에 따르면 되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 차관이 직접 국립대병원장들에게 정규직화 관련 3대 방침을 제안한 만큼 자회사 방식을 주장했던 국립대병원들이 기존의 입장을 바꿀지 주목받고 있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장은 “교육부 차관과 실무자들이 직접 나서서 병원장들과 만나 직고용 등을 요구한 것에 대해 정부의 의지를 인정한다”며 “다만 국립대병원장들이 교육부 요청에도 꿈쩍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예산 삭감 등 구체적 방법 등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일단 국립대병원들은 박 차관의 정규직화 3대 방침 제안 이후에도 여전히 직접 고용 방식을 꺼려하고 있다. 국립대병원 가운데 한 병원 측 관계자는 “지금 병원의 공식 입장은 기존과 같이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다. 다만 교육부의 의견에 대해 검토 중이다”며 “산별교섭 방식에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 본부장은 “교육부가 국립대병원의 공공성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정책의 비전을 확실히 세우고 이에 따라 국립대병원들에 대한 관리와 예산 통제를 더욱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전환율 저조로 2차 공동파업을 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정책 시행 2년이 됐으나 전환율이 5%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있다. 6개월짜리 고용 계약을 되풀이 하는 등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다. 정규직화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강원대병원에서 일부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최근 재계약 과정에서 해고 당하기도 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방식 갈등은 정부가 자초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밀접한 상시 지속 업무는 직접 고용을 통한 정규직화를 원칙으로 하라고 했다.

다만 ‘파견·용역은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자회사 등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면 된다’고 했다. 구체적 기준 없이 직접 고용과 자회사 모두 노사가 결정하라고만 해 현장에서는 갈등이 커졌다. 

국립대병원의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환자 이송이나 청소, 세탁,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환자들이 사용하는 병실·수술실 등을 소독하고 청소한다. 환자식을 만들고 배식한다. 이에 비정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환자의 생명 및 안전과 밀접한 업무라며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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