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상어부터 오버액션 토끼, 디즈니까지 친숙한 이미지 활용
소비 채널 한계로 자체 캐릭터 성장은 ‘정체’ 우려

최근 금융권들이 외부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신한카드의 ‘미니언즈’ 카드/사진=신한카드
최근 금융권들이 외부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신한카드의 ‘미니언즈’ 카드/사진=신한카드

국내외 인기 캐릭터들을 활용한 금융권의 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다. 친근한 캐릭터를 내세워 고객들을 유치하면서 동시에 금융사의 경직된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 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각 금융사의 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은 상대적 더욱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 원인으로는 소비 채널 부재로 인한 대중성 미흡 등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우리은행은 ‘아기상어 송’으로 유명한 ‘핑크퐁과 아기상어’를 활용한 캐릭터 통장을 출시했다. ‘핑크퐁과 아기상어 통장’은 ▲우리아이행복통장 ▲우리아이행복적금 ▲우리아이행복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맞춰 3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된다. 추가로 우리은행은 같은 캐릭터를 활용한 ‘저축송’도 우리은행과 핑크퐁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KB국민카드가 ‘오버액션 토끼’ 캐릭터를 카드 디자인에 담은 ‘KB국민 오버액션 노리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오버토끼’와 ‘꼬마토끼’가 결제하는 모습을 문구와 함께 적용해 이모티콘처럼 디자인한 것이 특징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신한카드도 지난 4월 글로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NBC유니버설과 함께 전 연령층의 인기를 끌고 있는 ‘미니언즈’ 캐릭터를 카드 디자인에 적용한 바 있다. 그밖에도 SC제일은행은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 곰돌이 푸 등을 활용한 체크카드와 통장을 출시했다.

금융사들은 이런 외부 캐릭터 활용을 통해 크게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캐릭터 자체가 가진 상품성을 앞세워 직접 고객을 유치하고 핀테크 시대에 맞춰 좀 더 친근한 기업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출범 이후 현재까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기까지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고객들에게 친숙한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와 체크카드”라며 “점차 주거래 은행의 개념이 옅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부수적 요인들이 고객 유치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청년층 등 미래고객 확보 측면에서 캐릭터 마케팅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사가 이전에 공들여 제작했던 자체 캐릭터의 활용도가 앞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외부 캐릭터를 빌려오는 흐름 자체가 자체 캐릭터의 한계점을 시인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자체 캐릭터인 위비프렌즈(사진 위)와 쏠 익스플로러스(사진 아래)의 모습/사진=각 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자체 캐릭터인 위비프렌즈(사진 위)와 쏠 익스플로러스(사진 아래)의 모습/사진=각 사

그동안 가장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활용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5년 ‘위비뱅크’를 오픈하면서 꿀벌 모양의 마스코트 ‘위비’를 공개했다. 이후 쿠(닭), 달보(호박벌), 봄봄(나비), 바몽(원숭이), 두지(두더지) 등으로 구성된 위비프렌즈를 추가하고 이모티콘을 제작하기도 했다.

신한은행도 모바일 통합 플랫폼인 ‘신한 쏠’을 출시하면서 쏠(북극곰)과 리노(공룡), 슈(북극여우)로 구성된 새로운 캐릭터 ‘쏠 익스플로러스’를 공개했다. KB국민은행 역시 모바일 앱 ‘리브(Liiv)’를 출시하고 5종으로 구성된 캐릭터 ‘리브와 친구들’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이들 캐릭터는 디지털 뱅킹을 넘어서 글로벌 마케팅에도 활용되고는 있지만 ‘대중화’ 측면에서 아직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카카오프랜즈처럼 금융사를 대표할 만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자체 캐릭터의 가장 큰 한계로 꼽히는 것은 ‘채널의 부족’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캐릭터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메신저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캐릭터를 소비하는 채널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금융권이 가지고 있는 플랫폼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고 간단함을 추구하는 흐름에서 모바일뱅킹에 캐릭터를 많이 집어넣기도 힘들다”며 “현재 높은 효과를 보고 있는 광고모델을 대신해 캐릭터를 내세우는 것도 모험”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속적으로 마케팅에 활용은 하겠지만, 기업 간판으로서의 역할을 언제쯤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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