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상황 겉과 속 달라···호황으로 보여도 탑승률 낮아지고 있어 新성장동력 필수
중국 LCC와의 경쟁에서 ‘가격’으로 승부보긴 힘들어···“상쇄시킬 전략 필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인터라인을 통한 장거리 운항에 나서고 있다.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본격적인 중국 취항에 나선다.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지난 3월 열린 한·중 항공회담을 통해 중국 운수권을 확보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하반기에 본격 취항에 나선다. 중국 취항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던 LCC들의 ‘히든 카드’인 셈인데, 일각에선 중국 항공사와의 경쟁 구도 속에서 좋지 않은 실적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7월 중 인천~상하이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다. 정확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7월 중 취항은 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항공사들도 하반기에 잇달아 취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에어서울은 9월 인천~장자제 노선 취항을 계획하고 있다.

운수권 확보 직후 각 항공사가 ‘빠른 시일 내에 취항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것은 형식적인 말이 아니다. 수익성을 끌어올릴 방법을 찾던 LCC에게 중국 노선 취항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노선의 경우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과점해 왔다.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좁았다. LCC들이 저렴한 가격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취항할 경우 충분한 경쟁력과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항공업계는 겉으로 보면 여객이 증가하고, 항공사가 늘어나면서 호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공급이 증가하는 만큼 수요가 늘어나진 않고 있어 오히려 탑승률은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국토부와 한국항공협회가 발간하는 ‘항공시장동향 5월호’에 따르면, 4월 국적항공사의 운항 편수(국내선+국제선)는 전년 대비 6.2% 증가했으나 여객(국내선+국제선)은 전년 대비 3.8% 증가에 그쳤다.

또 수요가 조금이라도 집중되는 노선엔 여러 항공사가 경쟁적으로 동시에 취항한다. 이 때문에 2개 항공사가 적정 수준인 노선에도 3개 항공사 혹은 그 이상의 항공사가 참여해 모든 항공사의 탑승률이 낮아지기도 한다. 최근 에어부산이 ‘대구~나리타’ 노선 운항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수요와 공급을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중국 노선 취항은 LCC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위험요소도 존재한다고 우려한다. 중국 LCC들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갖기 힘들어 탑승률이 저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이번 운수권 배분을 통해 새로운 항공사들이 한·중 간 항공 노선에 취항한다. 아직까지 운수권 배분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오케이항공·춘추항공·서부항공 등  LCC가 운수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중국 항공당국은 2014년부터 자국 LCC들의 성장을 위해 힘써 왔다. LCC 전용 터미널 지정부터 운항 편수 및 시간 배당 방법을 LCC에 유리하게 개편하는 등 시장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해 왔다. 2016년엔 지방정부가 자국 항공사에 최소 86억 위안(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 안을 신설한 바 있다. 이런 지원을 통해 현재 중국 LCC들은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을 자랑한다.

국내 LCC의 항공 운임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중국 LCC에 비해선 다소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엔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그룹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LCC가 없다”면서 “가격이 비싸서 여행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에어아시아는 26개국 130여 도시를 취항하는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 중 하나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한 LCC 관계자는 “가격적인 부분은 언론에서 부각하는 것처럼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면서도 “다소 비싼 부분에 대해선 다른 전략으로 상쇄해야 하지만, (우리뿐 아니라) 다른 곳들도 아직까진 정답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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