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협회, 자가한도 시스템 마련···“부정적 인식 확산될 우려도”

자료=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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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의 숙원 중 하나였던 PC 온라인게임 월 50만원 결제한도가 16년 만에 폐지됐다. 월 결제한도가 없는 모바일게임 등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게임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도한 과금 시스템이 등장해 게임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드디어 폐지된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

PC온라인 게임 월 결제한도는 성인은 50만원, 청소년은 7만원까지 월 결제액을 제한하는 규제다. 게임에 대한 사행성 논란이 불거지자 게임업계가 지난 2003년 자율규제를 위해 시작했다. 이후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전신인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지난 2007년부터 게임의 등급분류를 신청할 때 작성하는 게임기술서에 이용자의 구매한도액을 기술하도록 했다. 월 결제한도가 성인 50만원, 청소년 7만원을 초과하면 등급분류 자체를 해주지 않아 사실상 게임 출시가 불가능했다.

월 결제한도는 법적 근거 없이 관행으로 굳어져 성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애플·구글 등 외국계 플랫폼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하는 모바일게임에는 적용하지 못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또 중소 게임사들의 경우 관련 시스템 구축 비용(5000만원~1억5000만원)에 많은 부담을 느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취임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게임사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폐지 논의가 빠르게 진행됐다. 결국 문체부는 지난 27일 게임물관리위원회 규정 개정을 통해 PC 온라인게임 성인 월 결제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청소년 월 7만원 결제한도는 기존대로 유지된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앞으로도 게임시장의 변화와 이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합리화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며 "결제한도 폐지로 인한 무분별한 소비 등 게임 이용자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 이후 '과도한 과금 시스템' 생길까 우려도

문체부의 결제한도 폐지 결정에 대해 게임업계도 환영의 뜻을 밝히며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결제한도 폐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그동안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사유재산권과 기업이 누려야 할 영업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성인의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 결정은 게임산업계에 보다 자유로운 경쟁 여건을 확보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는 PC 온라인게임 이용자가 게임 안에서 소비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자가한도 시스템’을 구축·도입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이용자가 결제 내역·게임 이용 흐름 등을 고려해 월 2회 조정 횟수 제한, 각 사 최대 결제한도 설정, 개별 소비정보 페이지 운영·결제내역 알림 서비스 제공 등을 한다. 

강신철 K-GAMES 협회장은 “성인 이용자의 PC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 폐지가 어려운 환경에 있는 국내 게임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자가한도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 사이에서 스스로 선택에 근거한 합리적인 게임 소비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번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 폐지를 통해 다소 주춤했던 온라인게임 시장이 어느정도 살아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게임에 목말라 있던 유저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아울러 이미 다른 유저의 아이디를 통한 선물 기능 등 편법을 통해 음지에서 월 50만원 이상의 결제를 하고 있는 유저들을 양지로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게임 결제한도가 도입된 이후 게임사들은 온라인게임보다는 모바일게임 개발에 매달려 왔다. 과거 정액제 요금이 유행하던 시절에는 온라인게임만으로도 매출을 쉽게 올릴 수 있었으나, 부분유료화가 대세가 된 현재에는 월 결제한도가 없는 모바일게임 매출이 온라인게임 매출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의 모바일게임 ‘리니지M’은 출시 직후 6개월 만에 1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등 최근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인 이슈가 만연한 가운데, 이번 결제한도 폐지를 통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결제한도 폐지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게임 성인 결제한도 폐지는 게임중독 확산을 반대하는 다수 국민들의 뜻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국민들을 게임중독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해 과도한 과금 시스템이 나오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산업협회가 자가한도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게임사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등을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미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위정현 중앙대 교수(게임학회장)는 “월 결제한도 폐지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중소 게임사들의 수익이 개선됐으면 한다”며 “다만 이는 게임산업을 공격하는 단체들에게 새로운 명분을 줄 수도 있다. 자가한도 시스템을 비롯해 게임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응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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