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신지급여력제도(K-ICS) 단계적 도입···KB·우리금융 등 생보사 인수 부담 경감 전망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인수 후 자본 투입에 대한 부담으로 경직됐던 M&A 시장의 분위기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7일 금융위원회는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회의’를 열고 킥스(K-ICS)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킥스는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100% 시가로 평가하고 국제기구·유럽의 자본건전성 개선 내용을 반영해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 수준을 강화하는 제도다. 현재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로 활용되는 지급여력비율(RBC)보다 측정 방식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도입 시점에 맞춰 자본을 대규모로 확충해야 한다.

금융위는 충분한 완충 기간을 두고 킥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22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맞춰 도입하되, 시행 초기 2~3년간 RBC와 킥스를 병행 산출하거나 킥스 도입으로 새로 반영해야 할 리스크를 수년에 걸쳐 분산 반영하도록 해 보험사의 부담을 최대한 경감시킬 방침이다.

회의에 참석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자본건전성 제도 개선은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검토돼야 한다”며 “건전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리스크가 확대되는 ‘건전성의 역설’이 나타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이러한 결정에 보험업계는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을 한층 덜게 됐다. IFRS17과 킥스 도입으로 많은 보험사가 자본 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1차 계량영향평가(QIS)를 실시한 결과 삼성생명이나 오렌지라이프 등 일부 보험사를 제외한 대다수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100%를 밑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 M&A 시장에도 일부 분위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금융그룹들 역시 인수 후 자본 투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그룹들이 보험사에 대해 계속 관심을 보여 왔지만 자본건전성 이슈로 인해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가장 최근에 신한금융으로 매각된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도 업계 최상위권의 RBC 비율이 주요 장점으로 작용했다. 지난 3월말 기준 오렌지라이프의 RBC 비율은 431.1%로 업계 3위에 해당한다.

현재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는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있으며 주요 매물로는 KDB생명, ABL생명, 동양생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세 보험사는 각각 212.8%, 292.2%, 235.7%의 RBC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정부 발표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금융그룹 측면에서도 M&A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상대 기업과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여러 가능성을 놓고 최선의 논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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