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 유휴 자전거 대여 플랫폼···산악자전거·전기자전거 등 목적·종류따라 다양하게 빌릴 수 있어
"가맹점주와의 상생 위해 직접 현장 다니며 제휴···올해 공유자전거 기반으로 레저공유까지 사업 확대 계획

거리를 돌아다녀 보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은근히 많다. 서울시 ‘따릉이’나 공유자전거가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라이클(Lycle)’은 다른 공유자전거 플랫폼과는 결이 살짝 다르다.

정다움 라이클 공동대표가 창업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자전거’다. 정 대표는 ‘자전거’라는 하나의 상품이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여가와 문화생활, 레저에 깊숙하게 들어갈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 라이클은 오프라인 자전거 매장에 있는 유휴 자전거를 고객들이 언제든 편하게 대여해 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일반 자전거뿐만 아니라 산악자전거, 전기자전거 등 종류에 따라서 다양하게 빌릴 수 있다. 자신의 키와 체형에 맞는 사이즈의 자전거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대학창업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정 대표. 상생모델로서의 ‘라이클’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그를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자전거 대여 불편했던 경험 바탕으로 창업···오프라인 매장과 제휴해 상생 모델 구상

라이클은 정 대표와 김백범 공동대표가 함께 이끌고 있다. 그들의 첫 만남은 대학 재학 시절에 이뤄졌다. 선후배 사이였던 그들은 서로 다른 경험을 통해 창업을 구상했다. 김 대표는 대학생 시절 여자친구와 지방 여행을 가서 지역 공공자전거를 이용하게 됐다. 그러나 관리가 잘 안 된 자전거가 많아 아쉬움을 느꼈단다. 비슷한 시기 부산으로 자전거 여행을 갔던 정 대표는 자전거를 대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 경험들이 창업 기반이 됐다. ‘자전거’로 겪었던 공통된 경험이 지금의 라이클을 만들어낸 셈이다.

“다른 공유자전거 플랫폼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이 효율적으로 짧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자전거를 활용하고 있다. 라이클은 단순한 이동 관점에서 벗어나 자전거만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연인과의 데이트, 친구들과 사이클 운동, 산악자전거 레저 등 목적에 맞게 자전거를 빌려주는 사업을 떠올렸다. 대학교 학생창업을 시작으로 2016년에 처음으로 라이클 사업을 론칭했다.”

라이클은 자전거 오프라인 매장과 제휴해 유휴 자전거를 빌려주는 서비스다. 그야말로 자전거 매장에서 놀고 있는 자전거를 활용한 것이다. 정 대표는 직접 자전거 매장을 찾아다니며 협업을 맺었다. 자전거 여행 문화가 자리잡은 제주 지역이 첫 영업 지역이었다. 제주도 자전거 매장 사장님을 한 분한 분 만나 라이클 서비스를 소개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라이클은 서울 시내 한강 지역, 수도권 하천 지역, 부산까지 사업 범위를 키우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유휴 자전거를 빌려주는 서비스는 국내에 없었던 방식이다. 다른 공공자전거 플랫폼과는 사업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창업 당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미국에서는 P2P(개인 간 거래) 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있다. 개인 자전거를 타인에게 빌려주고 반납하는 서비스인데, 국내에서는 손이 많이 가고 어려운 비즈니스다. 여러 방면으로 사업을 구상하다가 B2C(기업과 고객간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됐다.”

정다움 라이클 공동대표를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사진=권태현 영상 PD
정다움 라이클 공동대표를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사진=권태현 영상 PD

◇ "가맹점 300곳까지 제휴 늘리는 게 목표···장기적으로는 학생창업가 돕는 조력자 되고싶다"

라이클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고객은 25~34세까지의 젊은 층이다. 그중 70%는 남성 고객이다. 흥미로운 점은 자전거를 막 배우려고 하는 ‘자전거 입문자’의 이용률이 높다는 것이다. 초보자용 사이클, 전기자전거 대여가 가장 많다.

“서비스 초창기에 인상 깊었던 고객이 있었다. 수백만원을 결제하고 자전거를 대여한 고객이었다. 일반적으로 자전거를 빌리는 데 몇 백만원을 쓰는 사람이 많이 없지 않나. 고객에게 ‘혹시 잘못 결제하지 않았느냐’고 연락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한국에 온 고객이었는데, 기부 라이딩을 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부터 제주도, 부산, 섬 도서 지역까지 자전거 여행을 한 뒤에 실제로 일정 금액을 기부했다. 라이클을 이용해 기부까지 한 고객이 지금도 기억난다.”

공유자전거 외에도 라이클은 자전거 정기구독 서비스를 올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제휴를 맺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하는 체계가 번거로운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다. 자전거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은 자전거를 원하는 장소로 배달받을 수 있다. 동시에 자전거 교육과 간이 피팅까지 가능하다. 2개월 만에 정기구독 서비스 이용 고객이 많이 늘어났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자전거에도 옷처럼 사이즈가 있다. 자신에게 맞는 자전거가 있다. 옷도 브랜드마다 다르듯이 자전거도 다르다. 사이즈에 맞는 자전거를 타야 한다. 초보자들을 위해 라이클 앱에서 맞춤형 자전거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키 치수를 적으면 권장신장에 따라 자전거가 추천된다.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이 서비스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최근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기존 산업과의 상생 문제에 맞닥뜨렸다. 라이클은 반대의 상황이라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오프라인 매장 사업주와 상생을 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2년 넘게 직접 자전거 매장에 찾아가는 이유다. 라이클은 7~9월 국토 종주 프로그램과 자전거 패키지 상품을 론칭할 계획이다. 그밖에도 액티비티 스타트업과 자전거 투어상품 등 상생 사업을 구상 중이다.

“올해 목표는 가맹점 제휴를 300곳까지 늘리는 것이다. 현재 자전거 가맹점주 100여 분과 사업을 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자전거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레저 공유 서비스를 진행하려고 한다. 지난해 겨울 스키 장비나 보드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올해도 자전거를 기점으로 레저 사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창업으로 유의미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학생창업가들을 위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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