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건설적 논의 할 준비돼”···비핵화 방식에서 유연한 입장으로 변화
대북 전문가들 “북한 수용 여부는 영변이냐, 그 이상이냐에 달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실무자들이 28일 북미 협상 재개 방안으로 ‘동시적·병행적 비핵화’ 방식을 꺼냈다. 이것을 북한이 수용해 북미 대화 재개로 이어질지 여부에는 미국이 요구할 ‘포괄적 합의 수준’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에 포괄적 합의의 수준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 시작부터 요구할지, 그 이상의 것을 처음부터 요구할지가 중요한 것으로 봤다.

이날 오전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외교부 청사에서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났다.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진전하는 과정 과정마다 미국이 이에 따른 보상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이 기존에 요구해 왔던 바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방식에서 유연한 입장으로 변화한 것이다.

비건 대표의 이러한 입장은 오는 30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이틀 앞서 한국에 도착한 비건 대표는 한미 정상회담의 사전조율을 위해 온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미 대화 재개에 응할지 여부에는 미국이 요구할 ‘포괄적 합의 수준’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이 요구할 ‘동시적·병행적 비핵화’ 방식의 실질적 내용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비건 대표가 밝힌 동시적·병행적 비핵화 방식이 북한이 원하는 수준인지가 중요하다”며 “즉, 비핵화 초기 단계에서 북한에 핵무기 신고와 검증 등 모든 것을 요구하는 포괄적 합의가 전제돼 있다면 북한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북한이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영변 폐기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나가자는 내용이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인철 서울연구원 도시외교연구센터 부연구위원(남북관계 담당)도 “북한이 기존에 요구했던 방식이 동시적·병행적 비핵화인 것은 맞지만 그 세부 내용이 중요하다”며 “미국이 당장 핵 리스트를 제출하라고 하면 북미 대화 재개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비핵화가 동시적·병행적으로 가는 것을 위한 미국의 전제조건이 무엇인지에 따라 북한의 입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북미 대화가 가능할 수 있는 절충점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는 어렵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제재 완화는 어렵다는 것이다”며 “이 상황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확실한 폐기에 나서야한다. 대신 미국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제재 면제 조치와 북미 관계수립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양측 모두 원하는 것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은 “북한은 적어도 핵무기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신고서를 내야 한다. 또한 핵시설에 대한 리스트를 언제까지 제출할 것인지 약속을 해야 한다”며 “이에 미국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제재 유예 조치와 북한 민생 분야 제재 완화, 종전선언,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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