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27일 오후 한중 정상회담으로 주요 20개국 회의 일정 돌입
시진핑 주석 “김정은 위원장 비핵화 의지 변함 없어···합리적 방안 모색되길”
北, 대화 의지 보이며 미국의 ‘태도 변화’ 요구···오는 30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촉각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기념촬영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기념촬영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지지부진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활력을 불어넣을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에 본격 돌입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 대신 중국을 중재역으로 삼고 미국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밝혀, 문 대통령의 이번 외교가 북핵 중재의 성패를 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29일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 대통령은 미·중·러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갖는다. 주변국 정상들과의 만남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하는 만큼, 방한 기간 개최될 한미 정상의 만남과 논의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北 메시지 건네받은 文 대통령, 북핵 중재 역할 나서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G20 회담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혁신적 포용국가 정책과 한반도 평화정책 등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다시 교착 상태에 놓인 비핵화 대화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물밑 외교전도 동시에 펼칠 방침이다.

주목할 점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언급한 ‘북한 메시지’다. 지난 27일 오후 오사카에 도착한 직후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최근 열린 북중 정상회담 결과와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문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 만나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화를 통해 비핵화 문제를 풀고 싶은 동시에 인내심을 유지해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길 희망한다는 게 시 주석의 메시지였다.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대화 궤도에서 이탈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비핵화 대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이번 회담을 계기로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에 성사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우리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을 G20 회담 첫 일정으로 선택한 이유도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서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오사카로 출발하기 전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직접 만나 상세한 방북 결과를 듣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 대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조선(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유관국이 조선 측과 마주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유관국은 미국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 개념과 대상 등에 대한 시각차로 결렬됐지만,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미 정상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주요 스케줄표.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한·미 정상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주요 스케줄표.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트럼프 대통령이 北측 태도 변화 요구에 응할지가 관건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요구한 ‘태도 변화’에 응할지다. 북한은 최근 대화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시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에 화답할지가 미지수로 남아 향후 비핵화 협상 전망에 신중성도 강조되고 있다.

전날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따른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며 “외부 환경이 개선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비핵화 대화가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어도 과거의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할 생각은 없다는 의미다.

북한의 진전된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결국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최근까지 미국의 ‘셈법 변화’를 요구하면서 지난 4월초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제 남은 건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이다. 시 주석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중을 확인한 문 대통령이 오는 30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셈법을 설명하고 북미 간 견해차를 좁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방한 기간에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른 방식으로(in a different form) 그와 이야기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에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톱다운 담판’의 길을 열어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에 김 위원장과의 ‘DMZ 재회’를 할 가능성은 부인하면서도 ‘제3의 방식’의 톱다운 대화 가능성을 열어둬 북미 정상 간 의미 있는 메시지가 오갈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현재로서 높아진 게 확실하다”며 “북한은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을 향한 요구 수위를 높이면서도 문재인 대통령도 함께 압박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문 대통령이 중재 역할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평론가는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도 지금 문 대통령을 신뢰하거나 확실하게 믿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은 현재 사면초가 상태여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얼마나 깊은 대화가 오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도 중재 역할을 오히려 시 주석에 맡긴 듯하다”며 “문 대통령의 외교력이 바닥까지 내려와 있어 당분간 중재 역할은 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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