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도로점용 허가내준 ‘지하예배당’···1·2심 “허가취소” 대법원 재판 진행 중
탄핵 여파 속 서울 25개 구 유일 ‘자유한국당’···일 잘하는 구청장 이미지도 훼손

조은희 서초구청장 / 사진=서초구
조은희 서초구청장 / 사진=서초구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도로 불법점용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교회 행사장에서 점용허가를 계속하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이 논란이다. 지자체 장으로서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구(區) 행정업무와 연계한 듯해 경솔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된 발언은 이달 1일 교회 새 예배당 ‘헌당식’에서 나왔다.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조 구청장이 “서초구청일 할 일은 영원히 이 성전이 예수님의 사랑을 열방에 퍼지도록 점용허가를 계속 내드리는 것”이라 언급한 부분이다.

사랑의교회는 2010년 서초역 인근 교회신축 과정에서 공공도로(반포대로) 아래 지하 공간을 활용해 대형 예배당을 건설했다. 당시 서초구는 지하 공간 1077㎡에 대한 점용허가를 내줬다. 복수의 공공기관들이 배전·배수 등의 우려를 지적하며 불허할 것을 권고했지만, 당시 서초구는 교회 소유의 도로 일부와 어린이집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이를 수용했다.

이후 특혜시비가 발발했다. 일부 구민들이 중심이 돼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서초구의 허가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는 판결을 냈다.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조 구청장의 발언이 나온 셈이다. 서초구 측은 “덕담이었을 뿐이며, 법적·행정적 조치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해당 발언의 의도를 떠나 구를 개인의 소유물쯤으로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팽배한 상황이다. 한 누리꾼은 “일 잘하는 구청장 이미지가 한 순간에 업무과 신념,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정치인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 구청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소속으론 유일하게 구청장에 당선된 인물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및 탄핵정국 여파와 지방선거 직전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는 등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열세일 수 밖에 없는 선거에서 약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횡단보도 그늘쉼터 설치’ 등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내놓은 조 구청장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가 당파를 떠나 선거승리의 원동력으로 풀이된 바 있다.

한편, KBS보도에 따르면 사랑의교회 측은 대법원의 도로 점용허가 취소판결이 날 경우 이를 승인한 서초구를 상대로 철거비용 청구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취소판결 시 지하 예배당을 철거해야 하는데, 철거비용만 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