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의사 대상 설명회 후 80만원 식사교환권 제공 제약사 영업사원 서모씨에 무죄 판결
업계, 식사 대신 상품권 지급 등 악용 사례 가능성 전망···영업사원들 “의사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설명회, 악용사례 거의 없을 것”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법원이 제품설명회 후 의사에 10만원 식음료 대신 ‘식사교환권’을 제공한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설명회를 한 제약사가 1인당 10만원 이내 식음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련 규정에 대해, 식사교환권을 식음료로 판단한 법원이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이에 업계 일각은 설명회 후 식음료 대신 상품권을 제공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등 혹시 모를 불법 사례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반면 영업사원들은 의사와 친분을 다질 수 있는 식사 자리를 상품권으로 대체하는 경우는 극소수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법원 제1부는 최근 의사에게 80만원 상당 식사교환권을 제공했다가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아제약 영업사원 서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사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즉, 무죄가 최종 확정된 것이다.

27일 시사저널e가 입수한 이번 재판 판결문에 따르면, 서씨는 지난 2012년 1월 전남 순천에 있는 D내과 대표원장 윤 모씨 진료실에서 의원 의사들을 상대로 동아제약이 판매하는 당뇨병치료제 ‘메토파지XR정’ 처방을 촉진할 목적으로 윤씨에게 80만원 상당 식사교환권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유죄와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 받은 서씨는 이 판결에 반발해 항소했다.

당시 재판 쟁점은 서씨가 식사교환권을 제공하기 전 제품설명회를 실제 했는지 여부와, 설명회를 했다면 윤씨 외에 다른 의사들이 참석했는지 여부로 분석된다.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D내과에 윤씨와 다른 4명 원장을 포함해 9~10명 정도 의사가 근무하고 있었고, 윤씨가 작성한 리베이트 장부에 ‘2012년 1월 동아 80만원(교환권)’이라고 기재돼 있는 사실을 언급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담당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서씨가 당시 D내과에서 제품설명회를 진행하지 않고 윤씨에게 80만원 상당 식사교환권만을 제공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 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약사법 제47조 제2항은 ‘의약품 공급자는 의약품 채택, 처방유도, 거래유지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료인 등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 놓았다. 단, 제품설명회 등 행위는 예외로 규정했다. 관련 규정에는 제공이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 범위에 ‘제품설명회에 참석한 의사에게 제공하는 1일 10만원 이하 식음료’를 포함시켰다.

즉 제품설명회에 참석한 의사에게 제공하는 10만원 이하 식음료는 리베이트가 아닌 합법이며, 이번 판결로 인해 1인당 10만원 상당 식사교환권도 합법으로 인정됐다. 관련 규정을 그대로 적용해 10만원 이하 식음료만 합법으로 간주해왔지만, 법원이 식사교환권도 식음료로 볼 수 있다고 일종의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단, 설명회 개최 후 식사를 대접하려 했지만 급한 사정으로 의사들이 참석할 수 없게 돼 식사교환권을 제공했다는 서씨 주장대로 의사들에게 밥 못 먹을 사정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교환권 합법 인정의 전제조건이다.     

이같은 법원 판결은 일견 제약업계가 환영하고 일반인 상식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10만원 이하 식음료가 가능하다면 식사교환권도 당연히 가능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판단하는 것처럼 단순한 사항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이번 판결을 분석했다. 이번 판결은 정확히는 서씨가 윤씨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리베이트를 줬다고 기소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재판부가 지적한 것이다.

앞서 언급대로 윤씨가 리베이트 장부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며, 이 장부는 법원에 증거로 제출됐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판결문을 분석해보니 제약사 법인이 아닌, 영업사원 개인이 기소된 사건이어서 재판부 판단이 관대하게 진행된 점도 추정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제약사 영업사원들 영업방식과 행태에 여파를 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우선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의사들을 대상으로 제품설명회를 한 후 식음료 대신 10만원 이하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복수의 제약사 관계자는 “그동안 관련 규정에 따라 설명회 후 식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지만 이제 상품권으로 대신한다면 제공 사례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또 다른 불법사례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즉, 제품설명회 이후 상품권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혹시 모를 불법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제약사나 사정당국이 일일이 감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복수 의사 참석 등을 전제조건으로 1인당 10만원이 넘는 규모의 상품권이 유통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같은 우려는 기우에 그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 제약사 영업사원이 의사와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인데 제품설명회 후 식음료를 상품권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영업현장을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라는 것이다. 

모 제약사 영업사원은 “합법적으로 의사와 밥 먹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자리가 제품설명회”라면서 “업계 외부 추정보다 훨씬 많이 진행되고 있으며, 담당 PM 등을 불러 설명회에서 못한 말도 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식사 자리를 상품권으로 대체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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