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한달 째를 맞은 디즈니 영화 '알라딘'의 뒷심이 무섭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는 한국영화 '악인전', '기생충'과 같은 디즈니 영화 ‘토이 스토리4’ 까지 차례로 젖히며 흥행 선두를 달리고 있다. 관객동원 800만명을 넘어 1천만 명을 향하고 있다.

'알라딘'의 흥행 질주는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흥행의 주된 요인으로 화려한 영상미와 음악을 꼽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관객들의 음악 영화 사랑이 한몫했다. 주제곡 ‘어 홀 뉴 월드’를 비롯해 지니의 등장곡 ‘아라비안 나이트’, 자스민이 부르는 ‘스피치리스’ 등이 인기다. 지난해 '보헤미안 랩소디'가 1천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한 것을 비롯, '라라랜드' '겨울왕국' 도 같은 음악 영화였다. '알라딘'은 좀도둑 청년 알라딘이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을 만나 겪게 되는 모험을 다룬 판타지영화다.

올해 극장가는 가히 디즈니사의 전성시대다. 디즈니 영화가 국내 멀티 플랙스 스크린을 완전 점령한 것이다. 디즈니의 신작 '토이스토리4' 의 흥행반응도 폭발적이다. 개봉 4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토이 스토리 4'는 주인공 우디가 장난감으로서 운명을 거부하고 도망간 포키를 찾기 위해 길 위에 나서고 우연히 오랜 친구 보핍을 만나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이야기다.

디즈사가 엎치락 뒤치락 기분 좋은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얼마전 '어벤져스 엔드게임' 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성공을 했다. 이 영화는 지난 3월 개봉 이후 현재까지 22억달러(2조6000억원)를 벌어들이며 지금까지도  흥행 신화를 써가고 있는 중이다. 디즈니의 자회사인 마블 스튜디오에서 내놓은 지난 21편의 영화들은 186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여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시리즈가 됐다.

이같은 모양세는 올해 내내 이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올해 최고 흥행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1994년 애니메이션 고전 '라이온 킹'의 컴퓨터그래픽이미지(CGI) 실사 영화가 오는 7월 중순에 개봉되고 애니메이션 최초로 국내 극장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 후속작과 ‘스타워즈:에피소드9’ ‘말레피센트2’가 연내 선 보인다. ‘뮬란’ 실사판과 ‘인디아나존스5’ 등 화제작도 개봉된다.

디즈니는 또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 상품 부문에서 62억달러(7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성공한 하나의 콘텐츠로 스핀 오프, 캐릭터, 테마파크가 연계되는 이른바 OSMU(One-Source Multi-Use) 의 방식으로 수입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가장 재미를 본 국내 영화사는 CJ ENM이다. 투자 배급를 맡은 '기생충'이 작품성과 상업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상업적으로도 5배 이상 남는 장사를 해 시쳇말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영화의 제작비는 6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은 이미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으로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시 썼다. 한국 영화사상 가장 큰 수익을 얻은 영화 '명랑'이 세운 종전기록 1352억원을 뛰어넘는 1359억원으로 약 2억원 가량 더 번 것으로 전해 진다.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돼,  수출 길도 열었다.

미국에선 즉 세계적으로는 디즈니사, 국내에선 CJ ENM의 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의 위력은 향후 극장가 라인업과 미국 5대 영화사(빅5) 시장 점유율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디즈니가 36.3%로 2위 워너브러더스(16.3%)를 2배 이상 앞섰다. 이십세기폭스까지 인수했으니 점유율 차이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극장가 점유율 역시 36.3%(2018년)으로 최고의 점유율을 자랑했다.

CJ ENM은 ‘기생충’에 이어 '엑시트'와 이병헌·하정우·마동석 등 호화 출연진을 내세운 재난 블록버스터 '백두산'을 선보인다.

하지만 거대한 미디어 제국도 한 순간에 망할 수 있는 곳이 콘텐츠 시장이다. 부침이 심한 곳이 영화판이다. 할리우드라고 예외가 아니다. 60년대 대작 ‘클레오파트라’로 폭망한 20세기 폭스사는 창고 안에서 우연히 발견한 시나리오‘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흥행에 성공해 기사회생한 적이 있다. 콘텐츠 시장에선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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